중국 전기차(EV) 산업의 부상과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란 이중 악재 속에서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합종연횡을 가속화하고 있다.
4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닛산자동차와 미쓰비시상사가 자율주행과 EV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연내 공동 출자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자본금은 두 회사가 절반씩 부담한다.
내년부터는 특정 조건에서 사람이 운전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주행이 가능한 '레벨 4' 서비스와 EV 배터리를 집에서 축전지로 활용하는 사업 등을 상정한 실증 실험을 시작할 방침이다.
닛산이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 중인 한편, 미쓰비시상사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최적의 길을 찾는 시스템을 사업화하고 있다.
양사는 공동 개발 성과를 기반으로 일본 내 무인택시 사업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닛산의 경우 자율주행이나 EV를 활용한 서비스로 2030년까지 매출을 2조6000억엔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미쓰비시상사는 EV 분야에서 기존 일본 완성차 대기업들과 협력을 심화하고 있는데, 올 7월에는 혼다와 합작 투자 회사 'ALTNA'를 설립했다.
ALTNA는 혼다의 EV 배터리 및 시스템 기술 노하우와 미쓰비시상사의 전력 사업 관련 운용 노하우를 결합해 총비용을 절감하는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또한 미쓰비시상사는 확대되고 있는 자율주행 시장을 겨냥해 소프트웨어(SW) 개발을 담당하는 벤처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닛산과 혼다가 포괄적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전기차 성능을 좌우하는 주요 부품을 공동 개발하고 차량에 탑재하는 SW를 함께 설계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3사에 앞서 일본 자동차 업계 1위인 도요타자동차는 스바루, 마쓰다, 스즈키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차세대 EV 공급, 기술 개발과 관련해 협력하고 있다.
지난 5월 도요타는 마쓰다·스바루와 함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량(PHEV)용 신형 엔진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고, 지난달에는 스즈키가 생산할 SUV 타입 EV를 내년부터 인도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받기로 했다.
또한 도요타는 일본 최대 통신사 NTT와 손잡고 총 5000억엔을 투입해 내년부터 자율주행 AI SW 연구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방침이다.
2028년까지 실용화할 계획이며, 해당 SW 프로그램이 탑재된 차량이 출시되면 일본에서 자율주행 보급이 큰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일본 완성차 업체는 EV 시장 확대로 중국 업체들이 세를 키우면서 자동차 산업이 100년에 한 번 올 만한 '대전환'을 맞자, 협력 파트너들과 뭉쳐 난국을 타개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하드웨어 중심 내연기관에서 SW 중심의 차세대 EV로 바뀌는 과정에서 애플리케이션(앱), 운영체제(OS) 등 SW 개발 인재·역량을 확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상반기(4~9월) 일본 주요 완성차 업체 8곳의 전 세계 생산량은 2020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감산율이 가장 큰 곳은 혼다로, 중국에서의 생산량은 34% 감소하며 4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도요타는 7.0%, 닛산은 7.8% 생산량이 줄어드는 등 8곳 중 6곳의 생산량이 뒷걸음질했다.
올 상반기 일본 제조업 실적에서도 자동차 업종들의 실적 악화는 AI 관련 업종들의 호조와 대비를 이루기도 했다.
도요타 중심 연합에 이어 혼다·닛산·미쓰비시까지 3사 연합이 심화되고 있지만, 이들 연합의 글로벌 시장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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