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국군과 북한군의 교전이 수일 내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북한과 러시아가 북한군 공병 부대를 추가로 파견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가능성을 경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KBS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국군과 북한군 간 교전 발생설에 대해 "현재까지 북한 병력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 문제(교전)는 이제 몇 달이 아닌 며칠 내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미 CNN 등 서방 언론을 중심으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내부에 침투했고,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이를 일축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북한이 전쟁에 파견할 1만2000명의 병력 외에 추가 파병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약 3000명의 북한군이 훈련 캠프에 있으며, 이들 숫자는 1만2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우리는 또한 공병 부대 파견에 관한 (북·러 간) 협상이 진행 중임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군 파병 카드'를 통해 서방과 한국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은 현재 북한 파병대를 통해 서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국, 그리고 한국의 반응을 시험하고 있다"며 "그는 반응들을 본 뒤에 파견 병력을 더 확대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때는 북한 병력의 수가 증가해 우리 땅에 투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국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현재 파병된 북한군 규모보다 더 큰 규모의 병력이 파견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푸틴 대통령이 북한군 파병을 통해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에게는 이것(북한군 파병)이 중요한 심리적 요소"라며 "이 전쟁에서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 동맹국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과 본격적인 교전이 벌어질 경우 포로 처리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러시아 포로와 (자국 포로를) 교환할 자원을 늘리는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군 병력도 우크라이나인과 교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포로로 붙잡힌 북한군 병사가 한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 파병을 결정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미 전쟁 범죄 협의로 ICC에 제소돼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공범'으로 간주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상대로 군사력을 사용한 이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