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문화재 도쿄역 옆에
일본 최고층 빌딩 건설중

왕궁 인접한 마루노우치
줄줄이 즐비한 마천루들

30~40층의 복합빌딩이 들어선 도쿄역 뒷편의 야예스 모습. [도쿄 이승훈 특파원]
일본 도쿄역에서 북쪽으로 길 하나만 건너면 사무용 건물이 즐비한 오테마치가 나온다.


이곳에는 현재 일본 부동산 개발회사인 미쓰비시지쇼가 사운을 걸고 추진 중인 총사업비 5000억엔(약 4조5000억원) 규모의 ‘도키와바시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1단계인 도키와바시타워는 지난 2021년 완공됐다.

지금은 지상 63층, 높이 390m로 아자부다이힐스의 JP모리타워(330m)를 제치고 일본 최고층 빌딩을 노리는 토치타워 공사가 한창이다.

2028년 준공 예정인 이 건물에는 벌써 각국 정상과 왕족이 묵는 호텔로 유명한 초호화 호텔 브랜드인 도체스터 컬렉션이 53~58층에 입주를 확정 지었다.


이러한 마천루는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계획조차 불가능했다.

중요문화재인 도쿄역 주변에는 과거부터 ‘백척 규제’라고 해서 약 31m가 넘는 건물을 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제를 과감히 푼 것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다.

2001년 집권한 그는 고도 제한을 과감히 풀고 30~40층 규모의 복합빌딩을 지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도쿄역 앞에서 바라본 마루노우치 빌딩숲 모습 [도쿄 이승훈 특파원]
특히 왕궁과 인접한 마루노우치의 고도제한이 해제되자 이곳에는 마루노우치빌딩, 신마루노우치빌딩, 마루노우치파크빌딩 등이 잇달아 들어섰다.

지금은 일본 ‘빅3’ 은행 3곳의 본점을 포함한 주요 기업 본사가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마루노우치와 오테마치 등은 왕궁과 인접해있다.

마루노우치빌딩 위로 올라가면 왕궁 내부가 훤히 보일 정도다.

왕실에 대한 존경심이 남다른 일본이지만 당시 정부는 이를 불필요한 규제라고 봤다.

낙후된 건물을 재개발해 도시에 활력을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1894년 지어진 일본 최초 오피스빌딩인 미쓰비시1호관을 복원한 뒤에 개발을 진행한 마루노우치파크빌딩 [도쿄 이승훈 특파원]
이들 빌딩의 특징은 문화재와 조화를 이룬 건물이라는 점이다.


기존에 지어진 6~7층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고 그 위에 통유리창으로 외관을 매끈하게 만든 건물을 올린 것이다.

특히 마루노우치파크빌딩의 경우 1894년 지어져 일본 최초 오피스 빌딩으로 유명한 미쓰비시1호관을 복원한 뒤에, 이와 어우러지게 대형 복합빌딩을 세워서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마천루 건설 붐의 최대 수혜자는 도쿄역이었다.

1914년 지어진 도쿄역은 1945년 도쿄 대공습 때 3층 돔이 무너지는 등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로 운영이 되어 왔다.


기존에 지어진 6층짜리 우체국 건물 위헤 복합빌딩을 올린 킷테마루노우치. 킷테는 일본어로 우표라는 의미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이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500억엔(4500억원)의 공사비가 필요했는데, 도쿄역은 공중권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충당했다.

이는 도쿄역 부지에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권리를 주변 건물에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공중권은 문화재를 복원하면서 동시에 주변 개발도 가능하도록 만든 묘안으로 꼽힌다.


도쿄역 서쪽인 마루노우치를 시작으로 이제는 동쪽인 야예스 지역의 개발도 한창이다.

고도제한 등으로 개발이 정체돼 낙후된 서울역 주변과 달리 야예스 지역은 지난해 미쓰이부동산이 개발한 ‘도쿄 미드타운 야예스’가 들어서면서 스카이라인을 바꿔놓았다.

이 건물에는 1박 30만엔이 넘는 초호화 호텔 브랜드인 불가리가 들어서며 도쿄를 찾는 부유층 외국인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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