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잡으면 인종차별이라고?”…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이 도시, 갈 데까지 갔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소호에서 사람들이 쇼핑백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시가 무단횡단을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무단횡단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뉴욕시 조례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발효됐다.

앞서 뉴욕시의회는 지난달 26일 시 행정규정에서 무단횡단 항목을 삭제했다.

그에 따른 운전자·보행자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례를 가결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해당 조례가 30일 만인 지난 26일 자동으로 발효된 것이다.

법안을 주도한 민주당 소속 머시디즈 나르시스 시의원은 대부분 뉴욕 시민이 일상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가운데 무단횡단을 금지하는 규정이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뉴욕시의회는 앞서 2020년에도 유사한 법안 입법을 추진했으나 팬데믹으로 처리가 지연됐다.

뉴욕 시내에서 무단횡단 단속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된 가운데 2019년 이뤄진 무단횡단 단속 건수 361건 중 90%가 흑인 또는 라틴계로 나타났다.

이에 해당 규정이 공권력의 인종차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무단횡단 합법화로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약 200명이 무단횡단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

전체 보행자 사망자의 약 34%에 이른다.

뉴욕시의회는 “새 조례는 시 교통국에 보행자 및 차량 운행자 등의 권리 및 책임에 관한 교육을 요청하는 내용을 함께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니즈 가르시아 뉴욕시 대변인은 무단횡단은 위험한 행동이며, 교통사고를 유발할 경우 여전히 민사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행자 권리 강화 기류와 인종차별 수단 활용 논란 영향으로 미국 내에선 무단횡단을 명시적으로 단속 대상에서 제외하는 지역이 늘어나는 추세다.

버지니아주가 2021년 경찰이 무단횡단을 단속할 수 없도록 했고, 뒤이어 미주리주 캔자스시티가 2021년 무단횡단을 범죄 항목에서 삭제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부터 충돌 위험이 임박한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를 제외하고 경찰이 무단횡단을 단속할 수 없도록 했다.

올해 들어서는 콜로라도주 덴버시의회가 무단횡단 단속 금지 조례를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