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도 ‘좌우’ 문화전쟁…獨 극우 정당 “바우하우스는 죄악”

나치가 박해한 바우하우스
극우 AfD “매력 없는 건축”
헝가리와 미국에서도
건물 양식 놓고서 정쟁 벌어져

독일 튀링겐 AfD 대표인 비외른 회케. 그는 신나치를 연상시키는 선동적 언사를 보여 독일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으로 꼽힌다.

[사진=로이터연합]

독일 극우 정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며 바우하우스(Bauhaus)가 91년 만에 위기에 처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문화전쟁 최전선에 나섰다고 조명했다.

지난달 작센안할트주에서 2위를 거둔 AfD는 지방의회에서 바우하우스 재평가를 요청했다.


AfD는 “바우하우스는 차갑고 쌀쌀맞은 매력 없는 건축의 죄악”이라 주장했다.

이어 “바우하우스 양식 확산은 지역건축 전통을 대체하고 있다”며 “비판 없는 미화를 거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독일 좌파당에선 “AfD 논리는 1933년 나치가 바우하우스를 폐쇄한 논리와 일치한다”고 비판했다.


1919년 설립된 바우하우스는 독일 건축·디자인을 이끌어왔다.

1930년대에는 나치가 ‘타락한 예술’로 규정하며 박해받기도 했다.

로이터는 “바우하우스는 유럽 디자이너들에게 지침이 됐는데 수많은 이들이 유대인이었다”며 “전후에는 독일 문화의 시금석으로 재부상했다”고 전했다.


AfD 표적은 바우하우스뿐만이 아니다.

성(性) 중립적 언어를 사용하며 성소수자를 뜻하는 무지개색 깃발을 내건 지방정부를 공격하고 나섰다.

로이터는 “AfD는 경제 침체에서 반사이익을 얻었을 뿐 아니라 국가 정체성과 같은 문화 이슈를 활용하며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던 정당”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AfD뿐 아니라 헝가리와 미국에서도 현대 건축·디자인을 공격하는 극우파가 나오고 있다.

헝가리에선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전쟁 전 외관을 복원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수도인 부다페스트 중심부를 재건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연방 건물 양식을 신고전주의 건축으로 규정하려 했던 바 있다.

얀 베르너 뮐러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극우파에게 있어서 문화전쟁과 정치적 도발은 사업 모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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