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반째 파업 중인 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이 우주 사업 매각을 추진한다.
올해 초 동체가 뜯겨 나가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파업까지 겹치면서 경영난에 빠지자 당장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문을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보잉은 미 항공우주국(NASA) 프로그램 매각을 위해 블루 오리진과 접촉해왔다.
블루 오리진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 기업이다.
우주 프로그램 매각은 지난 8월 켈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하기 이전부터 추진됐다.
보잉의 우주 사업은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우주비행사를 운송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유인 우주선 스타라이너와 ISS 지원 사업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스타라이너는 수년간 개발 지연과 기술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737 맥스와 관련한 잇단 사고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유인 우주선은 첫 시험 발사가 여러 차례 지연되다가 지난 6월 2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들 우주비행사는 당초 8일간의 비행 일정으로 지구를 떠났지만, 기기 결함으로 지구 귀환 일정이 계속 미뤄져 내년 2월에나 귀환할 예정이다.
앞서 NASA는 2014년 보잉 및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인 스페이스X와 각각 42억달러, 26억달러에 유인 우주선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스페이스X가 개발한 크루 드래건은 2020년 유인 시험 비행을 마치고 NASA를 위한 수송 임무를 9차례나 수행한 것을 감안하면 스타라이너가 뒤처진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지난 21일 보잉이 만든 통신용 위성 '인텔샛33e'가 이상 징후를 보인 끝에 '완전히 소실'되며 우주 프로그램 기술력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노조 파업이 길어지면서 늘어나고 있는 손실도 우주 사업 매각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보잉 노조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13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4년간 임금 35% 인상 등을 골자로 한 잠정 협상안이 마련됐지만 지난 23일 노조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이에 파업이 6주 넘게 이어지면서 보잉의 항공기 생산에 계속 차질이 생기고 있으며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인해 회사는 한 달에 약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보잉은 최근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자사 총 인력의 10%인 약 1만700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뉴욕증시에서 보잉 주가는 연초 대비 40.53% 급락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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