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길래 믿고 사놨는데”…오를 놈은 따로 있다는 보험주

계약 해지떄 돌려줄 준비금
회계기준 바뀌며 더 필요해
소형 보험주 배당여력 타격

삼성생명 올해 50% 뛸 때
현대해상·한화생명 제자리

올해 보험사들 사이에서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형 보험주는 연초 대비 30% 넘게 올랐으나, 중소형주는 상승률이 10%를 밑돌거나 심지어 주가가 떨어진 경우도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17이 도입되고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중소형 보험사의 배당 여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10월 25일 종가 기준 대형 보험주의 등락률은 삼성생명 49.12%, 삼성화재 37.12%, DB손해보험 39.22%로 상당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소형 보험주는 현대해상 -0.82%, 한화생명 4.90%, 미래에셋생명 8.96% 등으로 저조한 수익률을 보였다.


이에 국내 증시에서 거래되는 보험주 사이에는 시가총액이 높은 대형주만 더욱 커지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소형주는 작아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령 시가총액이 높은 삼성생명(20조3400억원), 삼성화재(16조8891억원), DB손해보험(8조429억원) 등 대형주는 올해 상승률도 높았던 반면, 중소형주인 현대해상(2조7133억원), 한화생명(2조5101억원), 미래에셋생명(9258억원)은 상승률도 저조했다.


이런 양극화의 원인으로는 금융당국이 2022년 새로 도입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에 따른 배당여력 양극화가 꼽힌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고객들이 보험계약을 해약할 때 돌려줘야 하는 금액을 미리 쌓아놓는 것인데, 이는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수 없다.


특히 지난해부터 IFRS17 회계 기준 도입으로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면서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전반적으로 더 커졌다.

미래의 금리 변동이나 현금흐름의 불확실성 등을 반영해 더욱 보수적으로 해약환급금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호한 당기순이익이 자본과 배당가능이익의 증가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상황과 달리, 보험업계는 IFRS17 전환 이후 신계약 증가에 비례해 해약환급금 준비금도 증가하면서 이익 발생에도 배당가능이익이 되려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규제가 보험사의 주주환원을 제한한다는 비판에 금융당국은 이달 1일 자본건전성이 충분한 보험사에 규제 완화책을 마련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K-ICS(지급여력비율)가 200% 이상인 경우 해약환급금 준비금 기준 완화를 허용했지만, 현재 이를 만족하는 곳은 삼성화재(279%)와 DB손해보험(229%)밖에 없기 때문이다.


K-ICS는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로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으로 산출된다.

이 비율이 100% 미만이면 보험금 청구가 한꺼번에 쏠리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온전히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완화책을 발표한 이후인 10월 2일~25일간 보험주의 상승률은 삼성생명(9.12%), 삼성화재(3.48%), DB손해보험(1.16%) 등 대형주에서 높았던 반면 현대해상(-8.03%), 한화생명(0.70%), 미래에셋생명(-0.19%) 등 중소형주는 여전히 부진했다.


정 연구원은 “배당가능이익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하위 보험사의 2025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0.3배로 상위 보험사(0.5~0.8배)보다 저평가받고 있다”며 “지금까지 보험주가 주식시장에서 배당주로 자리매김했던 점을 고려하면 배당가능이익 하위 보험사는 투자 매력이 높다고 보기는 어려운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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