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 국채수익률이 상승하자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였다.
민주당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후퇴할 가능성에 2차전지·친환경주 위주로 급락이 나오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이 모두 하락했다.
특히 9월 이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지지율에 잠시 반등했던 전기차 관련주와 친환경주가 22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대표적인 친기후 법안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무효화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2.05%,
포스코퓨처엠은 6% 내렸다.
코스닥에선
에코프로비엠이 4.97%,
엔켐이 5.17% 하락하며 코스닥 약세를 주도하기도 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IRA가 무력화된다면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북미 현지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늘린 한국 2차전지 업체들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AMPC는 2차전지 업체 손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국 업체들이 챙기고 있는 IRA 프리미엄은 유지되기 어려우니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에너지 발전 업종은 하락률이 더 두드러졌다.
태양광 발전 회사인
한화솔루션은 3.98% 내려 다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풍력발전 회사
씨에스윈드 역시 5.05% 내렸다.
반면 원자력주는 상승했다.
2017년 트럼프 집권 당시 주가 상승이 계속됐던 화석연료 에너지, 원자력 산업, 전통 제조업, 방위 산업, 민간 헬스케어 산업이 최근 미국 시장에서 반등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유틸리티·방산·원자력 업종이 강세를 보인 것이다.
트럼프 정책의 핵심은 제조업을 살리면서도 금리 인하를 위해 에너지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효율 저비용 전력 생산 수단인 소형모듈원전(SMR)이 최근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급증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국내 원자력발전 관련주인
우진엔텍은 3.52%,
한전산업은 1.26%, 우리기술은 1.71% 상승했다.
이날 외국인이 2950억원 순매도에 나서면서 코스피는 전일보다 1.31% 하락해 26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은 정보기술(IT)·바이오의 동반 부진에 2.84% 내렸다.
이미 트럼프가 대중국 무역 강경 발언을 쏟아내던 2018년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에서 주가 하락이 나타난 학습 효과 때문이다.
증시와 반대로 금과 비트코인은 동시에 상승세다.
금 가격은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미 대선이 안갯속인 데다 중동지역 긴장 고조까지 더해지면서 금값은 5거래일 연속 신고가를 경신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에서 국제 금값은 전장 대비 0.35% 상승한 온스당 2738.90달러에 마감해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다만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7만달러 재돌파를 눈앞에 두고 잠시 뒷걸음쳤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하루 전보다 1.8% 하락한 6만7686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트럼프 당선 기대감으로 최근 일주일간 10% 이상 올랐다.
지난 7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을 가상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약하며 디지털 자산에 친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제림 기자 /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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