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식품·서비스 가격 인상에
가처분 소득 줄어들자 소비 꺼려
中 전기차 수출도 경쟁 심화에 주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과 미·중 무역분쟁으로 높아져 가는 국가 간 보호무역 장벽으로 국내외 소비가 위축된 것도 독일 경제 위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러시아에서 천연가스 공급이 끊기면서 독일 에너지 비용이 급등했고, 다른 생필품과 서비스 가격도 덩달아 상승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주택 건설과 모기지 비용 등이 올랐고, 이에 따라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은 지출을 기피하고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의 1인당 GDP(구매력 평가 기준)는 2017년 미국 수준의 89%에서 2023년 80%까지 감소했다.
이는 해당 기간 G7 회원국 중 가장 큰 감소 폭이다.
2분기 독일 가계 최종 소비 지출도 0.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뉘른베르크 시장 결정연구소(NIM)의 소비 분야 전문가인 롤프 부어클은 “고용 안정성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이 소비자들을 더욱 비관적으로 만들고 있다”라며 “소비자 심리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밝혔다.
독일 경제의 강점인 대외 무역도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보호 관세와 기타 무역 장벽으로 힘을 잃어 수출 주도의 강력한 회복에 대한 희망은 거의 없다고 네덜란드 금융사 ING는 분석했다.
2분기 독일의 상품과 서비스 수출은 글로벌 수요 약세와 공급망 중단 등의 이유로 1분기에 비해 0.2% 줄어들었다.
제조업 분야 주문 약세에 독일 업체들의 재고도 점점 쌓이고 있다고 ING는 경고했다.
그동안 높은 의존도를 보였으며,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와 막대한 수익을 누렸던 중국에서의 영광의 시대도 끝났다고 CNN은 전했다.
독일의 중국 의존도는 다른 선진국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와 자본재의 중국 수출 비중은 독일 GDP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는 미국보다 2배 더 높은 수치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경기침체로 독일의 대중 수출이 감소하면서 독일 경제는 타격을 입었다.
전기차와 기계장비 분야에서 중국 경쟁업체들이 급격히 성장한 것도 독일 제조업체에 타격을 입혔다.
독일 무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은 독일을 제치고 기계 및 장비의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오늘날 중국은 미국, 독일, 일본보다 더 많은 산업용 기계를 생산하고 있다.
세계 2위의 자동차 제조업체이며 독일의 국민차인 폭스바겐이 최근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와 감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때문이라고 독립 연구기관인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분석했다.
10년 전만 해도 폭스바겐은 중국 합작 투자 회사를 통해 52억유로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영업이익은 15억유로로 7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킬 세계경제연구소의 모리츠 슐라릭 회장은 “폭스바겐의 문제는 곧 독일 경제의 문제”라며 “중국 시장은 독일 경제의 순풍에서 역풍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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