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칼럼서 노동력 재교육 강조
고령화 속도 빠른 한국, 일본 등
발빠른 재교육으로 첨단산업 유지
TSMC 공장 미국유치 성공했지만
전문인력 부족해 결국 가동 연기
“바가지요금 단속, 팁 비과세보다
미국 경제에 중차대한 문제“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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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애쓰모글루 MIT 교수 |
“숙련된 노동력이 없으면 미국에 TSMC 첨단 공장이 들어서도 무용지물이다.
”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
MIT) 교수가 첨단 산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미국의 저숙련 노동력 현실을 지적하며 이 같이 경고해 눈길을 끈다.
지난 8년 간 트럼프·바이든 행정부가 당근과 채찍으로 한국의
삼성전자·
현대차, 대만의 TSMC 등 하이테크 기업의 미국 본토 투자와 공장 유치에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정작 미국 내 고숙련 노동력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이 첨단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해 제조업 경쟁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지금 미국 경제는 몽유병 환자처럼 경제 폭풍 속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제목의 기고에서 미국 제조업의 핵심인 노동자 재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가 말하는 경제의 ‘폭풍’은 미국 경제가 직면한 고령화와 인공지능(AI) 부상, 세계경제의 재편 등 세 가지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안타깝게도 미국의 정치 시스템이 이 변화에 맞춰 노동력 재교육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으로 애쓰모글루 교수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올해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첫 반도체 신공장을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내 숙련 근로자 부족으로 가동을 내년으로 연기한 점을 꼬집었다.
TSMC는 공장 가동 전 최적화 업무를 수행하는 데 현지 숙련 근로자가 부족하자 급기야 대만 근로자들을 애리조나 공장에 투입시키고 있다.
또 이 공장 가동이 1년 지연되면서 당초 이 공장에서 양산하는 반도체를 납품받으려 했던 고객사 애플의 사업 전략에도 연쇄 충격이 발생한 상태다.
그는 미국보다 훨씬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과 한국, 독일 등 3개국을 거론하며 “이들 국가는 자동화를 보완하는 새로운 업무에 근로자가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 투자를 했고, 그 결과 생산성이 더 오르고 임금도 지속적으로 올랐다”고 강조했다.
역으로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과 반도체·과학법 등을 통해 이런 외국 기업들의 미국 내 제조시설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노동력 재교육은 크게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 모두에서 다가오는 도전에 대비해 미국의 노동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 등 포괄적인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이로 인해 미국 제조업에 제공되는 기회가 낭비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또한 “로봇에 대한 투자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사람에 대한 적절한 투자가 함께 수반되지 않고 있다”며 “AI가 업무를 자동화하고 노동자를 부수적 업무에 대체하는 방식이 아닌, 새 업무에서 역량을 창출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국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구체적인 접근법으로 그는 노동자 재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의 세금 공제와 교육 보조금 투입 등을 촉구했다.
아울러 노동력 재교육이 미국 제조업 경쟁력의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지금 미국 정치판의 관심이 바가지 요금에 대한 정부 규제, 서비스 팁에 대한 비과세 논쟁 등에 쏠려 있어 충분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새로운 제조 역량은 하루아침에 구축될 수 없고, 기술의 부족은 산업 재생을 가로막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 미국의 노동력은 이러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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