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로 올라섰다.

강화된 한미 동맹 속에 한국 반도체, 전기차 관련 직접투자가 크게 늘어난 반면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그동안 대미 투자 '큰손'이던 중국은 투자를 축소해왔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가 215억달러(약 28조5300억원)로 최다 대미 투자국이 됐다고 보도했다.

2022년보다 11%가량 줄었지만 최대 투자국이었던 대만의 투자가 줄면서 한국이 1위로 올라섰다.

한국에 이어 캐나다, 독일, 영국, 일본 등이 뒤를 이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이 투자 급증에 불을 붙였다.

전기차 배터리 등 자동차 관련 제품을 미국에서 직접 생산할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IRA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이 앞다퉈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세우면서 투자가 늘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 5월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43억달러(약 5조7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반도체 산업육성법(CHIPS)도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늘린 요인이 됐다.

이 법은 중국과의 반도체 기술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고,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할 경우 520억달러(약 69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2019년 한국의 해외직접투자(ODI)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50%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다만 최근 한국 기업들은 전기차 수요 정체와 경제 성장 둔화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해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미국 미시간주에 3공장을 짓기로 했지만 현재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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