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더블로 가”…엔비디아 실적 맹신 서학개미, 레버리지 풀베팅

2분기 호실적 발표 기대감에
반도체 3배 추종 ETF 비롯
엔비디아 레버리지 돈 몰려
국내 ETF도 美지수 쏠림 지속

엔비디아 로고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국내 투자자들이 ‘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주식’으로 일컬어지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미국 증시 상승에 ‘풀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들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SOXL)’ 상장지수펀드(ETF)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주식형 ETF를 집중 매수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내내 증시 주도주 역할을 해온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테마를 이끌어온 만큼 증시 영향력이 막강하다.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성과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 밖에 없다.


28일 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블랙먼데이인 지난 5일부터 26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로 4361억원을 순매수했다.

SOXL는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한다.


2위는 인텔(1084억원)로 나타났고, 3위는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로 1062억원을 순매수했다.


4위는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TSLL)’로 786억원을 순매수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들은 비트코인 선물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 따르는 ‘2배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X)’에 대해서도 626억원을 순매수했다.

위험자산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은 그 자체가 미국 기술주의 레버리지 종목처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서학개미는 엔비디아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NVDL)’도 574억원 순매수했다.


사실상 서학개미들이 엔비디아 실적발표라는 큰 시장 이벤트를 앞두고 도박성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ETF시장에서도 미국 주식형 ETF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 쏠림이 나타났다.


같은 기간 레버리지나 인버스를 제외하고,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주식형 ETF 순매수 1위는 776억원을 순매수한 ‘TIGER 미국S&P500’로 나타났다.


2위는 536억원의 ‘TIGER미국배당다우존스’였고 3위는 473억원의 ‘TIGER 미국나스닥100+15%프리미엄초단기’로 나타났다.

1위부터 10위중 9개 종목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ETF였다.


증권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에 부합하거나 상회할 것으로 보면서도 3분기 예측치는 전망을 하회할 가능성이 있어 이같은 투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증시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한국시간 29일 새벽 2025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을 발표하고 콘퍼런스 콜을 진행한다.

가이던스를 통해 향후 AI 반도체 수요를 전망한다.


이번 실적 발표가 AI 관련 기업들의 향후 주가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다.

엔비디아가 예상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경우 국내 반도체 종목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과 3분기 가이던스가 시장의 예측에 부합하거나 이를 넘어설지가 핵심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5개 분기 실적 발표마다 시장 컨센서스(전망치)를 웃도는 매출과 영업이익을 발표해왔다.

특히 직전 두 번의 실적 발표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각각 16%, 9%대 상승하며 AI 랠리를 견인했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그동안 전망치보다 큰 폭의 실적 성장을 보인 만큼 ‘컨센서스 부합’도 시장에서는 ‘하회’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가파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AI 반도체 시장의 고성장이 재료였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LSEG에 따르면 월가는 엔비디아의 2분기(5∼7월) 매출을 1년 전보다 112% 증가한 287억 달러로 예상한다.

이는 4분기 연속 세 자릿수 성장이다.

일각에서는 매출이 3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LSEG에 따르면 시장은 다음 분기(8~10월)는 연간 75% 늘어난 317억달러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엔비디아의 매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추이를 감안할 때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이 나와야 이전과 같은 강한 주가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 전망했다.


인공지능(AI) 슈퍼칩인 ‘블랙웰’도 이번 실적 발표에서 주목받는 요인이다.

블랙웰은 지난 3월 개최된 엔비디아 연례개발자컨퍼런스(GTC)2024에서 공개됐다.

‘B200’으로도 불리는데 엔비디아의 AI칩 가운데 가장 성능이 좋은 H100 호퍼 칩의 성능을 크게 앞선다.


하지만 블랙웰은 설계 오류로 고객 인도가 지연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량 생산 시점이 2025년 1분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장의 전망이 있지만 엔비디아가 올해 하반기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블랙웰이 언제부터 매출인식이 될지에 따라 내년의 분기 이익 전망까지 달라질 것”이라면서 “이번 실적발표에서 투자자들은 블랙웰 출시 일정을 확인받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