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늦는데 보조금 무슨 소용?···삼성·TSMC에 신기루된 美칩스법 [★★글로벌]

보조금 약속받고 짓는 현지 공장들
인건비 상승·느린 보조금에 골머리
계획시점보다 양산 1~2년 늦으면
늘어난 공사비에 보조금 효과 ‘뚝’
수요대응도 늦어 한해 수십조 손해

“정부의 느릿한 자금 지원으로 인해 칩스법 프로젝트 지연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2일 미국 내 초대형 투자 프로젝트가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와 관련해 TSMC, 삼성전자가 이미 피해 사정권에 접어들어 향후 반도체 시장의 수급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약속한 수 조원의 정부 보조금도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비용 상승 여파로 그 효과가 크게 줄게 됩니다.


세계 최강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애리조나에 총 650억 달러를 투자해 3개의 신규 팹을 건설할 계획이었죠.
그러나 2020년 이 같은 계획이 공개되고 4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애리조나에서 단 한 개의 칩도 생산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약속받은 66억 달러(9조원) 규모의 보조금도 최근 일부만 지급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공장 가동 지연 이슈는 미국 내 고도화한 인력 부족 문제에 따른 것으로 TSMC는 당초 올해 양산 예정이었던 1공장(4나노미터·nm 공정) 가동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2공장(3nm )은 2026년에서 2028년으로 2년 늦춘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류더인 TSMC 회장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숙련된 노동자가 부족해 애리조나 공장 건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만에서 엔지니어들을 미국으로 파견해 현지 근로자들을 훈련시켜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정반대로 TSMC는 2022년 4월 일본 구마모토 1공장 착공에 들어가 2년이 채 안 되는 올해 2월 준공식을 마쳤습니다.


비록 피닉스 공장보다 공정 수준이 낮지만 목표했던 준공 시점까지 단축시키면서 비용 절감 효과도 함께 거둔 것으로 파악됩니다.


삼성전자도 대미 투자 사정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회사는 바이든 정부로부터 최대 64억 달러(8조8000억원)의 미국 내 보조금을 지원받아 텍사스 테일러시에 첨단 팹 2곳(각각 3·4nm)과 첨단 패키징 시설 1곳을 포함한 반도체 클러스터를 건설할 계획이었습니다.


2022년에 착공이 시작된 1공장은 올해 말 4nm 공정 능력을 갖추고 첫 양산 제품을 출하하겠다는 야심이었죠.
그러나 보조금 일부가 지급된 것으로 알려진 TSMC와 달리 삼성은 아직까지 바이든 정부로부터 약속한 보조금을 받지 못한 데다 현지 공사비 증가 등 악재가 겹치면서 내년으로 완공 시점이 미뤄지는 흐름입니다.


앞서 블룸버그는 작년 말 바이든 정부의 환경 허가 문제와 재정 지원 지연으로 인해 테일러 공장의 가동 시점이 2024년에서 2025년으로 연기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 상무부는 지난 상반기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을 확정하며 두 공장이 각각 2026년, 2027년부터 양산 체제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1공장 완성이 늦어지는 것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당초 목표했던 4nm 공정을 2nm로 바꿀 것이라는 루머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래 수요와 경쟁사 역량을 고려해 기존 계획의 과감한 변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수 십조원이 걸린 반도체 첨단 공정 구축 사업에서 이 같은 중대한 진로 변경은 최초 경영 상 판단이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습니다.


또 공정 변경과 공사 지연에 따른 비용 상승만으로 삼성이 약속받은 수 조원의 보조금 효과는 크게 반감됩니다.


지연된 공사로 1~2년 동안 고객 수요 대응을 놓치면서 잃게되는 매출과 점유율 확대 기회 등 유무형의 피해액까지 더하면 손실은 수 십조원에 이를 것입니다.


칩스법 보조금으로 포장된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정학 놀음에 아시아 핵심 반도체 제조사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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