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국내 보험사 최초로 해외에서 은행업에 진출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한화생명은 이번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 매입을 발판으로 보험·은행업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글로벌 종합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저출생·고령화로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 한계가 지적되는 가운데, 동남아시아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새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24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전날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 지분 40%를 매입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금융당국의 허가를 거쳐 지분 인수가 실현되면 단일주주 중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돼, 향후 지분율 변동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인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총자산이 2조3000억원인 노부은행은 30위권 수준의 중형 은행으로, 115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금융업 중 고객 접점이 가장 넓은 은행업에 진출함으로써 수익 기반 측면에서 강력한 채널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은행 산업 연평균 성장률은 최근 10년간(2012~2021년) 10%대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에서 생·손보 지분 인수 등을 통해 보험 영업을 해왔고, 또 한화의 금융계열사인 한화투자증권도 인도네시아 칩타다나증권·자산운용에 지분을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이번 은행 지분 인수를 더하면 보험·은행·증권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노부은행의 투자 성과를 단기에 극대화하기 위해 우선 자사의 디지털 역량을 경영에 접목하기로 했다.

기존 대면 중심 채널에 디지털 뱅킹 등을 더한 하이브리드 채널을 구축하고 모바일 기반의 영업 환경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한화생명의 현지 보험업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한화생명은 2012년 현지 생보사 물티코 지분을 인수한 뒤 이듬해 10월 영업을 시작했다.

수도 자카르타를 비롯해 메단, 발리 등 전국에 26개의 점포를 두고 2500여 명의 설계사를 확보했다.

또 지난해 3월 한화손해보험과 함께 리포그룹의 금융자회사 '리포손해보험'의 지분 62.6%를 매입해 손보업까지 상품군을 넓혔다.

리포손해보험은 현지 손보사 77개사 중 14위로, 건강·상해보험 판매 기준으로는 시장점유율 2위다.

한화생명은 노부은행의 방카슈랑스를 활용해 생·손보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한화생명이 인도네시아에 탄탄한 사업 기반을 구축할 수 있게 된 배경엔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2월부터 CGO를 맡으면서 해외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평소 글로벌 리더들과 네트워크를 쌓아온 김 사장이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존 리아디 리포그룹 대표와 만나 노부은행에 대한 지분 투자를 비롯해 양사 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김 사장과 리아디 대표의 만남이 이번 계약의 초석이 됐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의 이번 노부은행 지분 투자는 리포손해보험 지분 투자에 이은 두 번째 협력 성과다.

한화생명 안팎에선 김 사장과 리아디 대표 간 우호 관계로 미뤄 볼 때 금융 분야에서 협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재계 순위 6위인 리포그룹은 금융, 부동산, 유통, 통신 등 10여 개 사업 영역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헬스케어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베트남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지난해 해외 법인 설립 15년 만에 누적 손익 흑자를 달성했다.

베트남 현지 법인은 한화생명 본사에 1000억동(약 54억원)의 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국내 보험사가 해외 현지 법인에서 현금 배당을 받는 것은 최초여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중국 합작 법인도 2022년 자본력을 가진 중국 지방정부 산하의 국영 금융사를 유치해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임영신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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