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이 ‘전기톱 긴축’ 나서자…아르헨, 2008년 이후 나라 곳간 첫 ‘흑자’

밀레이, TV연설서 “2008년 이후 첫 분기 재정흑자” 발표
선거 유세 ‘전기톱’ 꺼내 긴축 공약…정부지출 삭감·공무원 해고 단행
연 250% 넘는 인플레에 국립대 전기요금도 못내…상원 의원은 월급 ‘셀프인상’

지난 22일(현지시간)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진행한 대국민 TV연설이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식당에서 방영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지난해 우파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당선 이후 정부 지출 삭감, 계약직 공무원 대량 해고 등 긴축 정책을 밀어붙인 아르헨티나가 2008년 이후 첫 분기별 정부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통령궁에서 진행한 TV 연설을 통해 올해 1분기 기준 아르헨티나 재정 흑자가 1분기 국내총생산(GDP)의 0.2%로 2008년 이후 사상 첫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밀레이 대통령은 “재정 흑자는 아르헨티나 번영의 새 시대를 건설하기 위한 초석”이라며 “정치인, 노조, 언론, 대부분의 경제 주체가 정부에 반대하더라도 정부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1분기 월별 기준으로도 아르헨티나는 매달 정부 재정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밀레이 대통령은 덧붙였다.

자유 지상주의 경제학자로 유명한 밀레이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은 강도와 같고, 재정적자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라며 강한 긴축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연방정부가 지방정부를 위한 이전지출을 4분의 3 수준으로 줄이고, 공공사업의 약 90%를 중단한 점도 재정 흑자 달성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사진=AFP연합]
지난해 밀레이 대통령은 선거 유세 현장에서 전기톱을 꺼내 들며 방만한 정부 예산 지출을 축소하고, 페소화를 폐기하고 달러화를 공용 통화로 채택하자는 등 강경한 긴축 공약을 앞세워 당선됐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법정 공식 환율과 암시장(비공식) 환율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달러당 페소화 가치를 50% 이상 평가절하하고, 18개의 중앙정부 부처를 9개로 통폐합했고, 수백개 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폐기했다.

올해 4월에는 계약직 공무원 1만5000명을 계약 만료 후 해고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대중교통과 휘발유에 지급되던 각종 보조금을 삭감하면서 아르헨티나의 월간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12월 26%로 30년 만의 최고치를 찍은 뒤 줄곧 둔화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아르헨티나의 연간 인플레이션은 250%가 넘고, 밀레이 행정부 출범 이후로도 3개월간 물가 상승률이 70%를 넘길 정도로 아르헨티나 일반 국민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은 심각한 상황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국립대학(UBA)은 정부의 교육 예산 동결로 전기요금도 부족해 강의실을 제외하곤 전등을 끄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면, 지난 19일 라나시온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상원의원들은 월급을 세후 170만페소(263만원)에서 2개월 만에 450만페소(700만원) 수준으로 2배 넘게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일반 시민들이 분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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