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400원 ‘초읽기’...예상 웃돈 물가충격에 전쟁 리스크까지 첩첩산중

13일 역외시장서 달러당 원화값 1386원 추락
15일 개장가 1390원대까지 밀릴 듯
강달러 이어지고, 국제 유가 급등세 불안
90달러 넘어가면 1400원 무너질 듯
아시아 통화 약세지만, 당국 개입 경계감도 커져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달러당 원화값이 1380원대로 추락하는 등 원화값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급으로 중동 위기까지 겹치면서 달러화가 더욱 강세를 띌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동 상황이 악화될 경우 원화값은 1400원대가 무너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달러당 원화값은 13일(현지시간) 역외시장에서 10원 넘게 폭락하며 1386.2원까지 떨어졌다.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고 한국은행이 최근 원화 급락에 대해 용인 가능한 수준이라고 시사하자 1차, 2차 저지선인 1350원, 1360원이 잇달아 뚫리면서 17개월만에 최저치인 1375원까지 밀렸는데, 중동 위험까지 터지면서 1380원대까지 밀려 내려간 것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달러당 원화값이 역외 시장에서 1380원대로 떨어졌고 다음날 국내 외환시장 개장가는 1390원대를 찍을 확률이 높다”며 “원화가치가 장중에 더 떨어질지는 중동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화가치는 올들어 줄곧 1300원대에 갇혀 약세를 면치 못한 가운데 이달 들어 하락 속도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달러당 원화값은 이달 1일(1349.4원)에서 12일(1375.4원) 9거래일만에 26원 하락했다.

5거래일 연속 연저점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전날대비 하락폭도 9.2원(11일), 11.3월(12일) 등을 기록하며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원화값이 1380원대로 떨어진 것은 1997~1998년 외환위기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달러화가 초강세였던 2022년 9~10월 정도다.


이런 원화값 불안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소비자물가 충격으로 6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후퇴한 가운데 11일 유럽중앙은행이 6월 정책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달러의 강세 압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란이 13일 이스라엘 본토에 무인기(드론)과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달러 강세 재료가 추가됐다.

중동 지정학적 위험 고조는 위험회피 심리를 강화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를 끌어올린다.


실제 달러화는 독주하고 있다.

12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연중 최고점인 106.04를 기록했다.

106선까지 오른 것은 지난해 11월2일(106.12) 이후 5개월에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 상황이 악화될 경우 달러당 원화값은 1400원 선이 뚫리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3월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치를 웃돈 배경엔 유가가 80달러 중반대까지 상승한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며 “이란이 유가 흐름에 치명타를 줄 공산이 높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유가발(發)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은 미국 인플레이션을 부추김과 동시에 달러화 강세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 등 아시아 통화에 약세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중 한 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에 차질이 생길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 연구원은 “유가가 상승하면 원화 약세 빌미로 작용할 것”이라며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를 넘어가면 원화값이 1400원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가 들썩이면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점화하고,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린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에 영향을 준다.


원화값이 요동치면서 당국의 개입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중국 위안화는 연중 최저, 일본 엔화도 34년에 최저치인 153엔대에 안착했는데, 강달러로 아시아 통화에 대한 절하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며 “원화가치가 1400원 안팎으로 밀릴 경우 하락 속도를 늦추는 정도에서 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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