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긴급 경제·안보회의 주재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4·10 총선 후 윤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 나타난 것은 이날 회의가 처음이다.

대통령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달러당 원화값이 1380원대로 추락하는 등 원화값 약세가 심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 위기까지 겹치면서 달러화가 더욱 강세를 띨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동 상황이 악화되면 원화값은 1400원대가 무너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달러당 원화값은 13일(현지시간) 역외시장에서 10원 넘게 폭락하며 1386.2원까지 떨어졌다.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고 한국은행이 최근 원화 급락에 대해 용인 가능한 수준이라고 시사하자 1차, 2차 저지선인 1350원, 1360원이 잇달아 뚫리면서 17개월 만에 최저치인 1375원까지 밀렸다.

그 후 중동 위험이 터지면서 1380원대로 하락한 것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달러당 원화값이 역외시장에서 1380원대로 떨어졌고, 15일 국내 외환시장 개장가는 1390원대를 찍을 확률이 높다"며 "원화 가치가 장중에 더 내려갈지는 중동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줄곧 1300원대에 갇혀 약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이달 들어 하락 속도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달러당 원화값은 이달 1일(1349.4원)에서 12일(1375.4원) 9거래일 만에 26원 하락했다.

5거래일 연속 연저점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전날 대비 내림 폭도 9.2원(11일), 11.3원(12일) 등을 기록하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원화값이 1380원대로 떨어진 때는 1997~1998년 외환위기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달러화가 초강세였던 2022년 9~10월이다.




이런 원화값 불안은 지난 10일 미국 CPI 충격으로 6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후퇴한 가운데 11일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정책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달러 강세 압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란이 13일 이스라엘 본토에 무인기(드론)와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달러 강세 재료가 추가됐다.

중동 지정학적 위험 고조는 위험 회피 심리를 강화해 대표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를 끌어올린다.

실제 달러화는 독주하고 있다.

12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연중 최고점인 106.04를 기록했다.

106 선까지 오른 것은 지난해 11월 2일(106.12)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 상황이 악화되면 달러당 원화값 1400원 선이 뚫리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3월 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돈 데는 유가가 80달러대 중반까지 상승한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며 "이란이 유가 흐름에 치명타를 줄 공산이 높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유가발(發)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사태로 빚어진 국제유가 상승은 미국 인플레이션을 부추김과 동시에 달러화 강세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 등 아시아 통화에 약세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에 차질이 생기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 연구원은 "유가가 상승하면 원화 약세 빌미로 작용할 것"이라며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를 넘어가면 원화값이 1400원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가 들썩이면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점화하고,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린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에 영향을 준다.


원화값이 요동치면서 당국의 개입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중국 위안화는 연중 최저, 일본 엔화도 34년 만에 최저치인 153엔대에 안착했는데, 강달러로 아시아 통화에 대한 절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원화 가치가 1400원 안팎으로 밀리면 하락 속도를 늦추는 정도에서 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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