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원화값이 이틀 연속 10원가량 잇달아 급락하며 1370원대까지 내려갔다.

미국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시장 기대가 늦춰지고 있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원화 급락에 대해 용인 가능한 수준이라고 시사한 여파가 겹쳤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11.3원 내린 1375.4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에 비해 높게 나타나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진 여파로 1360원대가 뚫린 지 하루 만에 1370원대마저 무너진 것이다.

원화값은 한때 1375.5원까지 밀렸다.


원화값이 급락한 것은 미국 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나온 이 총재 발언 등의 영향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원화 약세와 관련해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기대가 뒤로 밀리면서 달러가 강세인 부분이 있다"며 "환율 변화로 인해 경제위기가 올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를 시장 참가자들은 원화 약세를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고, 원화값 상승에 베팅했던 달러 매도(숏 포지션) 물량들을 되감기 위해 달러를 매수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날 오전 1360원대 후반에서 거래됐던 원화값은 오후 들어 1370원대로 떨어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금통위 직후 원화값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 조기 인하 기대 후퇴로 강달러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3월 미국 CPI 발표 이후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간밤 역외 시장에서 원화값이 1370원대로 하락했다"며 "유럽 중앙은행이 6월 금리 인하 신호를 보내면서 유럽과 미국의 통화정책 차별화로 달러화가 상승(강세) 탄력을 받은 것도 원화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원화값 급락세에도 달러당 1400원 선이 쉽사리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 이 같은 전망은 바뀔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찍을 경우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 선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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