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인하 지연 ◆

국제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금 사재기'에 나서면서 기록적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월가 일각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걱정하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으면 내년 말 국제 금값이 온스당 35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8일(현지시간)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금 현물가격은 이날 장중 한때 온스당 2353.95달러까지 오르다가 2339.03달러에서 거래를 마치며 7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4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도 이날 온스당 2331.7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9일에도 장중 2342달러 선에 도달하는 등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금값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올해 2월까지 약 4년 동안 온스당 1600~2100달러 박스권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3월 이후 단기간에 금값이 2300달러 선을 돌파하면서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상 금값은 실질금리에 반비례한다.

그러나 최근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미 국채 10년물 등 명목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이 3% 내외로 하향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금값 급등은 이례적이다.

미국 실질금리의 대리변수인 물가연동채(TIPS) 10년물 금리도 올 들어 1.7~2%대 박스권에 머물렀다.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사재기'도 최근 금값 폭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16만온스에 달하는 금을 보유고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2019년 9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3년간 금 보유 잔고를 6264만온스로 유지해왔지만 이후 계속 늘려 올해 3월 말 기준 7274만온스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들어 인도 튀르키예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일부 동유럽 국가 중앙은행도 금을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금 매수에는 중동·우크라이나·남중국해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월가 베테랑인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지난 7일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금값이 새로운 고점으로 치솟고 있다"며 "유가 상승이 촉발한 또 다른 임금 상승은 1970년대 금값이 급등했던 대인플레이션을 연상시킨다.

이때 2025년까지 온스당 3000~3500달러가 금값의 현실적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야데니는 중동 분쟁이 심화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인플레이션이 다시 최고점을 향해 갈 가능성이 20%라고 덧붙였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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