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인하 지연 ◆

올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횟수가 3회가 아닌 2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임스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금리 연 8% 시대 시나리오에도 대비 중"이라며 고금리 장기화를 경고하고 나섰다.


8일(현지시간) CME그룹 페드워치는 올해 6월과 11월에 0.25%포인트씩 두 차례 미국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가장 높게 봤다.

페드워치 기준으로 세 차례 인하보다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도 최근 연내 금리 인하 횟수 전망치를 세 차례에서 두 차례로 줄였다.


시장이 기대했던 '6월 인하'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페드워치에서 6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51.3%, 동결은 48.7%로 집계됐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6월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60%를 넘었다.

한때 '올해에만 여섯 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의견이 가장 유력했던 적도 있었는데, 회의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인플레이션과 고용지표가 너무 좋게 나온 탓이다.

지난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해 전달(3.1%)보다 높았다.

지난 5일 발표한 비농업 일자리는 30만3000개 증가해 전문가 예상(20만개)을 크게 웃돌았다.


이날부터 미국 국채금리는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10일 공개하는 3월 CPI마저 뜨겁게 나온다면 기준금리 인하는 더 멀어진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3월 CPI는 전년 대비 3.4%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경제지표가 강하게 나오면서 일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은 금리 동결이나 인상까지 언급하고 있다.

'매파'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횡보하면 금리 인하가 정말 필요한지 의문이 들 것"이라면서 연내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도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과거보다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금리 인상도 여전히 배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바람대로 2%로 둔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이먼 회장은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거세질 수 있다며 그에 따른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주주 연례서한에서 "막대한 재정지출과 세계 각국의 재무장, 글로벌 무역 구조조정,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 금리가 향후 몇 년 내 8%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경제 상황에 따라 미 금리가 2%까지 떨어지거나 8% 이상 오르는 시나리오 등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 연착륙 가능성이 시장 예상치인 70∼80%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본다는 비관론도 보탰다.

그는 "장기채 금리가 6% 이상으로 상승하고 경기 침체까지 닥치면 은행 시스템뿐만 아니라 부채가 많은 기업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채권 수익률이 2%포인트가량 오르면 주식을 비롯한 금융자산 가치가 20% 정도 하락하고 오피스 부동산시장은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0.045%포인트 상승한 4.422%로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라라 레임 FS투자 이코노미스트는 10년물 금리가 연내 5%에 재도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미 국채금리 상승은 다른 국가가 금리를 내리는 것을 어렵게 하고 주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올 1분기 미국 증시가 크게 오른 이유 중 하나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였음을 감안하면 자산시장도 덩달아 출렁일 수 있다.


미국 회계법인 RSM US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마지막 남은 주식 강세론자들이 패배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 끝에 리스크를 조절하는 투자자들은 이제 가격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준이 지난달 점도표에서 예고한 것처럼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3일 연내 금리 인하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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