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현금·배당 ‘3박자’ 다 갖췄다…실적 봄바람 ‘개화주’ 활짝

1분기 어닝시즌 본격 개막
하나투어·아바코·세진중공업
고물가 버틸 현금흐름 좋고
주주환원 적극적인 기업 주목

벚꽃이 화려한 꽃망울을 피우듯 올해 1분기(1~3월) 실적 개선주들이 실적 발표날 보다 먼저 주가가 뜨며 주목받고 있다.


1분기 실적발표 기간(어닝시즌)은 삼성전자LG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통상 5월 둘째 주까지 진행된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미리 주가가 뜨며 기대 수익률이 낮은 상장사보다는 잠재력을 갖췄지만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기업들을 찾아 수익률을 높이려 한다.


올해 어닝시즌 유망주의 자격 요건으로는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이 고공행진을 펼치는 가운데 실제 현금이 잘 돌아 비용 방어를 잘하면서 주주들에게 배당도 줄 만큼 높은 주주환원 의지 등을 꼽는다.


이 같은 상장사를 골라낼 수 있는 핵심 지표로는 현금전환비율(CCR)이 있다.

CCR은 재무제표상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CCR이 낮은 상장사는 회계상으로는 이익이 많아 보여도 실제 손에 쥐는 현금이 적어 대출금리나 늘어난 인건비 감당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 주가도 부진하다.

특히 고금리 고임금 상황이 이어지는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CCR 중요성은 한층 커진다.


통상 1 이상인 기업들의 이익은 실제 현금으로 전환돼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2일 블룸버그와 에프앤가이드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도움을 받아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올 1분기 기대주를 찾아봤더니 하나투어, 아바코, 세진중공업이 떠올랐다.


분석 대상은 이날 기준 에프앤가이드가 제공한 1분기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상장사 231곳이다.


이들 중 1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2배 이상 증가하면서 CCR이 1 이상(블룸버그 기준)이고,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한 기업은 극소수였다.


여기에 최근 주가가 ‘V’자 반등까지 나오는 곳은 이들 세 곳으로 좁혀졌다.


이익 2배에 현금전환비율도 좋은 하나투어
먼저 하나투어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61억원으로 추정된다.

작년 1분기보다 이익이 186%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투어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최대 피해 주식이었다.


전염병에 걸릴까봐 국내외 여행이 급감했고 하나투어의 연간 영업이익은 2020~2022년 3년 연속 1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연간 340억원의 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이런 흐름이 올 1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2024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661억원으로, 연간 이익도 2배 이상 증가가 예상된다.


CCR의 경우 2023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1167억원, 순이익이 591억원으로 CCR이 1.97에 달한다.


2022년에는 아예 마이너스(-)였으니 실적도 V자 급반등세다.


이익이 급증했는데 신뢰도까지 높은 이유는 하나투어가 코로나라는 위기를 겪으면서 움츠러들기 보다는 체질 개선을 통해 고마진 구조로 사업을 개편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여행 스케줄에서 소비자 주요 불만 사항이었던 ‘쇼핑 의무’ ‘특정 호텔 투숙’ 등을 뺀 ‘하나팩 2.0’이라는 새 여행 패키지(상품)를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


또 대화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여행 정보 AI’ 등으로 여행객 수요를 충족해주면서 비용도 절감했다.


하나투어가 바뀌자 여행객들도 돈을 쓰기 시작했다.

평균판매단가(ASP)가 오르기 시작한 것.
하나투어의 여행객 ASP는 작년 4분기 기준 109만원을 기록했는데 국내 여행사 중 최고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가 끝났지만 국내 여행객들이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 위주로 재편된 가운데 거둔 ASP 수치라서 더 주목된다.


1월 하나투어가 보낸 여행객 수는 22만명이었고, 근거리 비중(일본과 동남아)이 82%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하나투어를 통한 먼거리 여행이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하나투어 ASP는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하나투어는 지난달 말 주주총회를 통해 주당 5000원의 특별 배당을 발표하면서 ‘배당주’로서의 매력도 뽐내고 있다.


배당금 총액은 774억원이며, 배당수익률은 4월 2일 기준 8.5%다.

고배당주인 우리금융지주 배당수익률(7.1%)보다도 높다.


문제는 이런 이익 급증과 배당률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것. 하나투어에 대한 투자는 단순히 실적이나 주주환원만 봐선 안된다.


하나투어의 최대 주주는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다.


이들은 지분 16.68%를 들고 있고 있는데 창업자인 박상환 회장(6.53%)과 권희석 부회장(4.48%)까지 함께 매각하려 하고 있다.


전체 매각 규모는 27.78%다.


매각자 입장에서 보면 3년간 영업적자를 버티면서 현금화를 꿈꿨고, 특별배당을 시작으로 지분까지 팔아 이 회사에서 탈출하려 하는 것이다.


마치 신랑·신부가 극한의 다이어트를 통해 최고의 상태로 결혼식에 나서는 것처럼 IMM PE가 하나투어의 사업구조를 우량하게 바꿔 지분 매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 하는 것과 같다.


최근 1년 하나투어 주가는 V자 반등 중이지만 지난 3월 말 이후로는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다.


여기엔 배당락(인위적으로 주가 조정)과 함께 주인이 바뀔 것이란 리스크가 포함돼 있다.


이익률 3배 반등에 자사주 3% 소각 아바코
2일 기준으로 아바코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26% 올랐다.

코스닥에 등록된 2500억원대 시가총액 기업 아바코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아바코는 올 들어 증권사 리포트가 단 하나만 나올 정도로 아직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상장사다.


그러나 업계에선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인 숨은 유망주로 평가받는다.


2000년 설립된 아바코는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을 주로 하다가 사업 분산을 위해 반도체 배터리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 중에서 여러 소재들을 혼합(믹싱)해주고 코팅과 롤프레싱(압축 작업) 관련 장비를 만든다.


아바코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라는 국내 최대 배터리셀 업체의 투자 수혜주로도 불린다.


이 코스닥 상장사는 LG엔솔과 스텔란티스의 캐나다 합작사 넥스트스타에너지에 배터리 자동화시스템 장비를 2025년 5월까지 공급하기로 했다.


이 같은 장비 공급 수주가 작년 4분기에만 1445억원이다.

2022년 매출의 66.4%에 달한다.


배터리 장비 수주가 작년 말에 몰려 있어 올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특히 아바코의 롤프레스 장비가 다른 제품 보다 비싼 편이어서 이익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648억원, 294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8.1%(하나증권 기준)로 추정된다.


작년에는 1869억원의 매출에 44억원의 이익으로 이익률이 고작 2.4%였다.


이익률 급상승과 함께 ‘깜짝 주주환원’도 주목받고 있다.


아바코는 50만주(84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결정을 내렸는데 이는 전체 발행 주식 수의 3.2%에 달한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들이 매년 1~2%대 자사주 소각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라는 평가다.


아바코는 그동안 수익성이 낮은 디스플레이 사업을 축소하고 성장 사업인 배터리 비중을 늘려왔다.


마침내 2023년 배터리 사업 매출 비중이 37.4%, 디스플레이(LCD와 OLED 제조장비) 비중이 36.5%로 역전됐다.

그러나 여전히 고객 중에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비중이 높아 중국 경기 여부에 따른 실적 부침이 큰 것은 리스크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이익률 3년 연속 상승 예고한 세진중공업
최근 여의도에서 ‘조선업종 갑’으로 불리는 세진중공업은 배를 만드는 데 관련된 기계 기구 재료 등을 만드는 상장사다.


세진중공업의 매출 중 51%를 선실(데크하우스)이 차지하고 LPG탱크 등 선체가 나머지 49%를 담당한다.


데크하우스는 선원들에게 주택과 같은 생활공간이다.

이 사업 영업이익률은 5%선으로 추정된다.


세진중공업은 현대중공업그룹(HD현대)과 20년이 넘는 협력 관계로 현대중공업 계열사들이 만드는 배의 데크하우스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 조선 기자재 업체의 선체 사업 중 LPG탱크 점유율은 글로벌 1위다.


이 탱크는 가스의 저장과 운반을 위해 선박 화물창에 탑재되는 저장 용기를 뜻한다.


LPG탱크 이익률은 9%가 넘어 고마진 사업이다.


최근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조선 업종에선 암모니아 운반선(VLAC) 같은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 이미 VLAC를 20척이나 수주했다.

이는 작년 전체 수주 물량(21척)을 3개월 만에 달성한 것이다.


VLAC는 탄소배출이 없는 암모니아로 운항하는 배다.

암모니아는 LPG와 비슷한 기체 상태여서 LPG탱크 활용이 가능하다.


이미 LPG탱크에서 넘버원인 세진중공업이 친환경 선박 수요 급증의 수혜를 고스란히 받을 전망이다.


세진중공업의 작년 1분기 영업이익은 64억원 적자였으나 올 1분기 26억원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691억원으로, 순이익(227억원)보다 3배 많다.

또 배당수익률이 3%에 가까운 점도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다.


주가는 올 들어 43%나 급등했지만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14배 수준이어서 저평가됐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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