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록적인 기름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유가 덕분에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국내 석유회사들의 이익을 환수하자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어 주목됩니다.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 속에 정유사들의 초과 이윤을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것으로, 일명 '횡재세'(Windfall Profit Tax)로도 불립니다.

영국은 최근 정유사 대상 초과이윤세를 도입해 시행 중이고, 미국도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정유사들은 향후 유가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과 함께 조세 형평성 등을 이유로 횡재세 도입에 난색을 보이면서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입니다.

오늘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에도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2천100원선을 넘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유사들의 초과이익 환수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발언했고, 같은 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지난 23일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며 정유사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습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초강세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미리 사둔 원유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재고 관련 이익이 늘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석유제품 수요를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정제마진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결과입니다.

올해 2분기에도 정유사들은 앞선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호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정유사 횡재세 도입 논의가 나오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에너지 요금 급등에 대응해 석유와 가스업체에 25%의 초과 이윤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이를 재원으로 삼아 가계에 150억파운드(약 24조원)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초과이윤세는 일시적으로 적용되며 영국 석유·가스 요금이 정상으로 돌아가면 단계적으로 폐지됩니다.

미국 민주당도 이윤율이 10%를 넘어서는 석유회사에 대해 추가로 21%의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추진 중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 정유사) 엑손이 지난해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어들였다"며 석유회사들이 누리는 고수익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정유사 횡재세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정유사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세계적인 석유 수요 급감으로 연간 5조원에 달하는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정유사에 대한 손실 보전 등 정부의 지원이 없었는데 최근 발생한 일시적 고수익에 과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시장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 안정을 위해 정부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지만, 기름값은 결국 국제유가에 연동될 수밖에 없어 역할이 한정적"이라며 "국내 횡재세 도입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길금희 기자 / golde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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