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들어갔지만, 총성 뒤의 설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골든돔(Golden Dome)'이라는 이름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를 앞세워 본토 방어는 물론, 글로벌 전략 재편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 전략의 한 축에는 바로 인공지능(AI)과 무인화 기술이 핵심 전력으로 부상하는 '신(新)방산 시대'가 있습니다.
과거 전쟁이 병력과 무기로 승부를 봤다면 지금은 데이터·AI·자율 무기가 전장의 룰을 다시 쓰고 있습니다.
그 흐름에 맞춰 글로벌 방산업체들은 단순 무기 제조를 넘어 '첨단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 경쟁에 본격 돌입했습니다.
◇ AI가 지휘하고, 무인기가 싸운다…방산 기술 대전
세계적인 방산기업은 물론 주요 K-방산 기업들 또한 AI 기반 무기체계와 무인화 플랫폼 등을 선보이며 방산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방산용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95억 달러 규모(한화 약 12조 8천990억 원) 2034년 321억 달러(한화 약 43조 5천918억 원)로 237% 성장할 전망입니다.
이는 AI와 무인화 기술이 안보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사례는 오픈AI와 미 국방부의 협업입니다.
오픈AI는 지난 달 16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와 2억 달러(한화 약 2천7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공식적으로 '방산 AI 시장'에 발을 들였습니다.
오픈AI가 일반 기업이 아닌, 미국 정부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픈 AI는 성명을 통해 "국가 안보를 위해 최첨단 AI 시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의 방산 전략이 단지 군사장비에 머무르지 않고, AI 역량 자체를 안보 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 '대표 방산기업' 록히드마틴, 무인기로 실전 진입
미국 대표 방산기업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의 자회사 시코르스키(Sikorsky)는 지난 3월 전기 무인 항공기(UAS)의 테스트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항공기는 '로터 블로운 윙(rotor blown wing)' 방식으로 운행됩니다.
'로터 블로운 윙'은 차세대 비행기술로, 짧은 거리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며, 고정익기의 속도와 헬리콥터의 기동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 시코르스키의 기술력이 입증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록히드마틴은 앞서 발표한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전투가와 헬리콥터 등에 AI, 무인 자율 조종 기술 등 첨단 기술을 접목시킨 첨단 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K-방산, AI 무기체계 본격 개발
국내 방산업체들도 독자적인 AI 기술력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방위산업 특화 온
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에 착수하며, 국방 AI 주권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KAI는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8개 유관 기관과 함께‘방산 K-온
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내장형 AI 반도체는 기기에 직접 탑재돼 외부 서버와 연결 없이 자체적으로 추론과 연산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높은 보안성과 에너지 효율성을 갖춰 군용 장비에 적합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화 방산 3사도 AI와 무인화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에스토니아 방산기업인 ‘밀렘로보틱스(Milrem Robotics)‘와 최신 궤도형 무인차량인 'T-RCV(Tracked Robotic Combat Vehicle)'를 공동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T-RCV는 유·무인 복합 운용 체계를 고려해 설계되었으며, 기동성과 작전 지속력 등 여러 측면에서 기존 무인차량보다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10일 영국 BAE 시스템스와 '첨단 복합센서 위성망 공동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협력은 BAE 시스템스의 초광대역 무선주
파수(RF) 위성 기술과
한화시스템의 소형 SAR(합성개구레이다) 위성 기술을 융합하는데 있습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미국 AI 전문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Palantir Technologies)'와 '미래 무기체계 빅데이터 플랫폼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LIG넥스원은 해상 무인화 플랫폼인 '무인수상정(해검)' 시리즈를 비롯해 무인체계·감시정찰 등의 자체 기술력에 팔란티어의 데이터 관리 플랫폼을 접목해 차세대 무기 개발을 함께 해나간다는 계획입니다.
[ 이기연 연구원 / lee.giyeon@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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