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휴전 트럼프
나토 정상회의서 환대 받아
美 ‘압도적 힘’ 확인한 유럽
GDP 5% 국방비 약속하고
美 첨단 전투기 구매 발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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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FP = 연합뉴스] |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을 조성하며 미국 패권을 확인한 트럼프가 유럽에서 달라진 대접을 받고 있다.
‘힘을 통한 평화’를 구현했다고 자신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찾은 그에게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 증액 등 갖은 선물과 환심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나토 회원국들은 회의 참석을 위해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첫날부터 의전에 정성을 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네덜란드 왕실이 주최한 환영 만찬에 참석해 왕실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호텔에서 머물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변경돼 다음날 아침에는 왕실 조식에도 참석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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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를 방문한 회원국 정상들이 24일(현지시간) 환영 만찬이 열린 하우스텐보스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막시마 왕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 = 연합뉴스] |
이날 만찬에는 32개 나토 회원국 정상이 정상회의 전 처음으로 한꺼번에 모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나토에 방위비 증액을 촉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조리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만찬에서 트럼프 바로 옆자리에 앉아 최근 국제 문제들에 대해 긴 논의를 나눴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독일과 영국은 25일 정상회의에서 나토의 모든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인상한다는 내용이 발표되기 전부터 서둘러 국방비 확대 지출 및 미국산 첨단무기 구매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 연방정부는 24일 내각회의에서 나토의 목표 기한인 2035년보다 6년 더 빠른 2029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3.5%에 달하는 1529억유로(약 242조498억원)으로 늘리고, 안보 관련 간접비용도 1.5%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영국도 나토 계획에 발맞춰 지난해 GDP 대비 2.3%였던 국방비를 2035년까지 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영국은 미국의 첨단 무기 구매도 약속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국의 F-35A 전폭기 12대를 구매할 예정이며, 이를 25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공식 발표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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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AFP = 연합뉴스] |
네덜란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뤼터 사무총장이 24일 보낸 문자메시지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럼프소셜에 공개하며 자신의 외교적 성과를 자랑했다.
뤼터 총장은 문자메시지에서 “쉽지 않았지만 우리는 모두가 (GDP 대비 국방비) 5%에 서명하도록 했다”며 “당신은 그 어느 미국 대통령도 수십 년간 하지 못한 업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럽은 당연히 국방비를 크게 지급할 것이며, 이는 당신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나토가 트럼프의 집요한 국방비 인상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배경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문제와 더불어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의 휴전을 강제한 미국의 힘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나토 회원국들의 이 같은 전향적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나토의 ‘집단방위’ 의무를 명시한 나토 조약 5조를 지키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
나토 조약 5조는 한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이를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조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다”며 “난 나토의 친구가 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해법을 놓고도 이번 나토 외교 현장에서 미국의 입장을 우위에 놓는 데 성공한 모습이었다.
대표적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25일 정상회의 공식 테이블에는 자리를 하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나토 정상회의에서 주요 귀빈 대우를 받았지만,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 속에 주변부로 밀려났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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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 연합뉴스] |
이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에 국가별 관세와 무역협상의 신속 처리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선 공동 대응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과의 특별 회동에는 불참했다.
당초 미국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과 IP4 회동이 예정돼 있었지만, 미국을 뺀 나토 회원국과 IP4 회동 형식으로 변경됐다.
나토는 일정상의 이유로 미국이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토 정상회의 기간이 마냥 우호어린 분위기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프랑스와 노르웨이 등은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일방적 무력행사’를 금지한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3일 “이란의 핵무기 확보 저지란 목표를 지지하지만 이번 공습에는 합법성이 없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한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도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은 국제법 영역 바깥에서 이뤄졌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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