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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 모인 나토 정상들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을 조성하며 미국 패권을 확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럽에서 달라진 대접을 받고 있다.
'힘을 통한 평화'를 구현했다고 자신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찾은 그에게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 증액 등 갖은 선물과 함께 환심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나토 회원국들은 회의 참석을 위해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첫날부터 의전에 정성을 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네덜란드 왕실이 주최한 환영 만찬에 참석해 왕실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호텔에서 머물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변경돼 다음날 아침에는 왕실 조식에도 함께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날 만찬에는 32개 나토 회원국 정상이 정상회의 전 처음으로 한꺼번에 모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나토에 방위비 증액을 촉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나토 정상들은 25일 회원국 32개국이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증액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GDP의 최소 3.5%를 핵심 국방 수요에 투입하며, 최대 1.5%는 핵심 인프라스트럭처 보호와 방위산업 기반 강화 등에 지출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요구해왔던 'GDP의 5%'를 맞췄다.
뤼터 사무총장은 공동성명 채택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나토에 헌신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동시에 유럽과 캐나다가 더 많이 기여할 것을 요구했다.
실제로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독일과 영국은 25일 공동성명이 발표되기 전부터 서둘러 국방비 지출 확대나 미국산 첨단무기 구매 계획을 밝혔다.
독일 연방정부는 24일 내각회의에서 나토의 목표 기한인 2035년보다 6년 더 빠른 2029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3.5%에 달하는 1529억유로(약 242조498억원)로 늘리고, 안보 관련 간접비용도 1.5%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영국도 나토 계획에 발맞춰 지난해 GDP 대비 2.3%였던 국방비를 2035년까지 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영국은 미국의 첨단무기 구매도 약속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국의 F-35A 전폭기 12대를 구매할 예정이며 이를 25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공식 발표했다.
네덜란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뤼터 사무총장이 24일 보낸 문자메시지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공개하며 외교적 성과를 자랑했다.
뤼터 총장은 문자메시지에서 "쉽지 않았지만 우리는 모두가 (GDP 대비 국방비) 5%에 서명하도록 했다"며 "당신은 그 어느 미국 대통령도 수십 년간 하지 못한 업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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