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지분 전량 무상소각으로 힘 실었으나
오프라인 유통시장 축소에 점포 정리 어려워
섣부른 인수 땐 ‘제2의 MBK’ 될까 우려

서울 소재 홈플러스 매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업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가 파산을 막기 위해 M&A(인수합병)를 공식 추진한 가운데, 최대주주 MBK 파트너스(이하 MBK)가 보유 주식을 전부 무상 소각하겠다고 밝히며 인수 성사에 힘을 보태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와 홈플러스는 지난 13일 회생법원에 인가 전 M&A 승인을 요청했다.

이르면 다음 주 결과를 통보받을 예정이다.

인가 전 M&A는 홈플러스가 신주를 발행해 새로 투자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주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은 기존 채권자 채무 상환이나 투자금으로 활용된다.


이 과정에서 MBK는 자사가 보유한 홈플러스 지분을 전량 무상 소각하기로 했다.

MBK가 홈플러스 지분을 포기하면 새 인수자와 협상에 따라 매각가가 1조원 밑으로 내려갈 여지가 생길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매각 전망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낙관적인 측은 홈플러스가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을 상당 부분 마쳤다고 본다.

임대료 재협상으로 비용 구조를 개선했고, MBK가 보유 중인 보통주 2조5000억원어치를 전량 소각하기로 해 재무 구조가 가벼워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현재 임대해 사용 중인 68개 매장 중 26개 매장 연간 임대료 총액을 평균 33.6% 깎았다.


홈플러스가 보유한 자산 규모는 전국 58개 점포를 포함해 총 6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부채는 2조9000억원으로, 즉 자산이 부채보다 약 4조원 많다.

58개 점포 활용이 가능한 데다 부채보다 4조원 가량 많은 자산이 매각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전국적으로 126개 대형마트와 308곳 기업형슈퍼마켓(SSM) 네트워크를 갖춘 만큼, 온·오프라인 유통 역량 강화에 효과적인 전략적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인수 후보군으론 GS, 쿠팡, 알리바바그룹, 농협 등이 거론된다.

GS리테일은 이미 편의점과 SSM을 운영하고 있어 홈플러스까지 확보할 경우 유통망 확장을 통한 시너지와 규모의 경제 실현이 기대된다.

실제로 지난해 홈플러스 슈퍼마켓 사업 분할 당시 인수 제안을 받기도 했다.


쿠팡은 전국의 홈플러스 매장을 활용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약점으로 평가받는 신선식품 분야를 강화할 수 있다.

신선식품은 소비자가 직접 보고 고르기를 선호하며 매장 판매는 유통기한 문제를 덜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 또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신선식품까지 판매를 시작한 만큼 물류거점 확보 차원에서 홈플러스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농협은 홈플러스 인수 시 기존 소도시 중심 하나로마트 한계를 대도시 거점 매장으로 보완할 수 있다.


다만 후보군 대부분은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고 대형마트 성장 둔화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올해 4월 집계를 보면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 석 달 연속 감소했고,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사도 부실 점포를 대거 줄이고 있다.


관건은 매각가다.

유통업계 전반에서는 홈플러스 임직원이 1만9000명에 달하는 만큼 인수 이후 사업 방향을 전환하거나 점포를 정리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가치만을 보고 인수에 나설 경우 MBK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통매각이 아닌 사업 부문별 분할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MBK는 지난해 6월 SSM 사업부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할 매각을 추진했지만 올해 3월 법정관리 사태 이후 철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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