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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현장 (출처: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
전 세계 주요국들이 함께 만드는 초대형 핵융합 실험 장치가 있습니다.
이름은 국제핵융합실험로(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ITER), 말 그대로 인공
태양을 만들기 위한 국제 프로젝트입니다.
지난 1985년 시작돼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 인도 등 30여개국이 힘을 모으고 있으며,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본부를 두고 건설 중입니다.
이 장치는 1억℃ 이상의 초고온 상태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열과 압력을 이용해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만들려는 겁니다.
하지만 계획보다 진행이 늦어졌습니다.
주요 설비에 문제가 생겨 원래 지난 2021년에 완성하려던 목표가 2033년으로 미뤄졌습니다.
그럼에도 참여국들은 여전히 협력 중입니다.
최근에는 핵심 부품인 '센트럴 솔레노이드(Central Solenoid)'가 완성돼 조립에 들어갔습니다.
이 부품은 초강력 자석으로 플라스마를 붙잡아두는 역할을 합니다.
피에트로 바라바스키(Pietro Barabaschi) ITER 사무총장은 "위기는 끝났고, 건설은 ITER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여러 스타트업이 10년 이내에 상업용 핵융합로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찰스 세이프(Charles Seife) 뉴욕대 교수는 "10년간의 노력 끝에 4년이나 지연된 것은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 미국, 민간 기업 중심의 빠른 투자
미국은 정부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핵융합 개발에 뛰어든 나라입니다.
미 핵융합산업협회(FIA)에 따르면 전 세계 핵융합 민간 투자의 75% 이상이 미국에 집중돼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핵융합을 포함한 핵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으며,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에도 계속됐습니다.
'스파크(SPARC)'라는 상용 핵융합로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2기에서 연방 정부가 대규모 축소되면서 핵융합 지원이 얼마나 이뤄질지 불확실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 일본, 2030년 실증 목표로 국가 주도
일본은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정부가 앞장서고 있습니다.
일본의 첨단 초전도 토카막 융합(FAST) 프로젝트는 2030년대 말까지 융합 기반 발전을 목표로 시작됐습니다.
FAST는 일본에서 중수소-삼중수소(D-T) 반응의 플라스마를 생성하고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전기 생산과 연료 기술을 포함한 에너지 변환을 결합한 통합 융합 에너지 시스템을 시연합니다.
일본 정부는 최근에는 핵융합 전략을 새로 정비하고 민간 투자도 유도하고 있습니다.
◇ 중국, 정부 주도로 공격적 투자
중국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와 빠른 실행 속도는 미국의 지배력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버닝 플라스마 실험 초전도 토카막(BEST)'라는 새로운 실험로는 실제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돼 단순한 실험을 넘어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장치는 미국의 SPARC보다 자석은 약하지만, 5배의 에너지 효율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전 세계 에너지 산업의 판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 한국, 혁신형 소형 핵융합로 개발
우리나라는 ITER 프로젝트와 KSTAR(초전도 핵융합 장치)를 통해 실력을 쌓아 왔습니다.
최근에는 '한국형 소형 핵융합로(CPD)' 개발에 나섰습니다.
2040년까지 핵융합 에너지를 생산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 장치는 기존 ITER보다 크기가 작아 훨씬 강력한 자석과 정교한 제어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고온 초전도체와 AI(인공지능) 기술을 핵심 기술로 삼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는 힘을 모아 '인공
태양'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는 함께 또는 경쟁하듯 앞서가려 하고 있습니다.
이 경쟁에서 중요한 건 기술뿐 아니라 '협력'과 '속도'입니다.
[ 이나연 기자 / nayeo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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