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는 사라지고 ‘뱀의 머리’만 남았다···네타냐후는 이란 참수 작전을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하마스·헤즈볼라 참수한 이스라엘
최종 종착점은 ‘뱀의 머리’인 이란
정부기능 마비 때까지 공격 가능성
전략목표 과감해진 이스라엘 효과
레바논·시리아 최근 친미 정권교체
美, 이스라엘발 격변 유리하게 활용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응해 반격에 나선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아이언돔 방공 체계가 격추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을 개시한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며 이란의 군사지휘 체계 파괴 등 피의 참수를 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평소 “중동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공언해온 그가 이란의 그림자 세력인 하마스와 헤즈볼라 수뇌부를 정밀 타격으로 참수하면서 이란 군 수뇌부까지 비슷한 방식으로 제거할 것이라는 관측이죠.
그간 이란과 핵협상을 이유로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해온 트럼프가 상황 관리에 실패하면서 결국 이스라엘 우위로 바뀌는 중동 내 힘의 역학에서 방관자이자 무임승차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13일(현지시간) 외신들을 종합하면 이스라엘은 이날 공격에서 이란의 역내 군사 전략을 주도하는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책임지던 혁명수비대의 아미르 알리 하지다데 대공 사령관과 공군 무인기 부대 사령관 타헤르-푸르 등 고위 지휘관 20명이 살해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는 이스라엘이 그간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인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고위 지도부를 상대로 벌여 온 참수작전과 비슷한 양상입니다.


이스라엘은 높은 정보력, 정교한 첩보 작전, 무기력을 기반으로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최고 지도자들을 하나씩 죽이며 이들 무장세력의 의사결정 체계를 파괴했습니다.


그 결과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입지는 크게 약화했으며, 가자지구 전쟁 이전에 하마스를 이끌던 지도부 인사들은 대부분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정학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이어 이란을 상대로도 이 같은 지휘체계를 뒤흔드는 시도에 나섰다고 평가합니다.


전직 이스라엘 안보 보좌관을 지낸 야아코브 아미드로르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의사 결정 체계를 불구로 만들고 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헤즈볼라를 상대로 이미 이를 목격했다”고 설명합니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보호재단(FDD)의 마크 두보위츠 대표도 WSJ에 이란을 노린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상징적인 공격이 아니다”라면서 “이는 이란의 핵 두뇌 집단과 지휘 기반을 노린 참수 작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에서 이란의 주요 핵·군사 시설 뿐 아니라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지휘하고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돕는 이란의 핵심 의사결정권자들을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모사드를 동원해 이란 내부에 공격용 드론을 비롯한 유도용 무기들을 몰래 들여놨고, 이를 이용해 공격 직전 이란의 방공망과 미사일 시스템 등을 무력화했습니다.


한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앞으로 2주간의 추가 공습이 계획돼 있다면서 이는 이란 정권이 협상 테이블에 나서도록 압박하거나 혹은 피해가 누적돼 정권 기능이 아예 마비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앙숙관계인 이스라엘과 이란은 지난해에도 미사일 공방을 주고받으며 충돌한 적이 있지만, 이란의 핵심 지휘체계를 노린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당시보다 훨씬 큰 파장을 역내에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짚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핵심 공습 목표였던 이란 나탄즈 핵 시설 일대 위성 사진. <Maxar Technologies 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미국의 대표적 중동 전문가인 미 외교협회(CFR) 스티븐 쿡 선임 연구원의 평가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는 13일 포린폴리시에 ‘이스라엘은 이란에 치명타(Death Blow)를 날릴 것’이라는 분석글을 올리고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당한 네타냐후가 “중동을 바꾸겠다”고 선언했을 때 세상이 이 말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단지 수사적 표현이라고 생각했음을 지적합니다.


그는 “지난 20개월에 걸친 잔인한 분쟁에서 이스라엘은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지금 이스라엘은 저항의 축(이란 지칭)에 맞서 최종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을 시도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합니다.


대이란 공습을 감행한 네타냐후 총리가 역사의 결정적 순간에 와 있다고 말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평가입니다.

실제 이란과 연대한 그림자 세력인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괴멸적 상황에 이르고 레바논과 시리아에 최근 잇달아 친미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동은 역사적 격변을 맞고 있습니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역사적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한때 미국이 141억원의 현상금을 걸었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인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만나 서로 악수를 나누고 경제 제재를 풀어줬습니다.


이스라엘이 저항의 축 세력들을 참수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한 ‘친서구 정권 탄생’이라는 선물을 미국이 주워먹기식으로 가져가고 있는 흐름입니다.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오른쪽은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AP 연합뉴스>
스티븐 쿡 선임 연구원은 “이스라엘에 이란은 이슬람 공화국을 지칭하는‘뱀의 머리’”라며 “1단계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설명과 달리 (공격 대상들을 보면) 이란의 핵 프로그램 파괴보다 더 광범위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상대를 참수하는 것을 넘어 정권 교체까지 예상하는 이스라엘의 변화한 전략 목표는 위험하다”면서도 “(이스라엘의 변화한 전략 목표대로) 이란 정권이 사라지거나 크게 약화되면 중동을 괴롭혀온 많은 문제도 사라질 수 있다”라고 부연합니다.


“2023년 10월 7일(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은 이스라엘인들에게 그들이 직면한 진정한 실존적 도전이 무엇인지 깨닫게 했다.

그들은 이날 아침 더이상 ‘억지력’이 의미가 없는 세상에 눈을 떴다.

그리고 처음부터 이스라엘 국경을 지킬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다.

바로 여기에 바이든·트럼프 행정부와 이스라엘 간 긴장의 근원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휴전과 군비 통제 협정을 통해 안보를 관리하는 게 가장 좋다고 믿었다.

이스라엘인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고 마침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트럼프는 네타냐후를 상대로 ‘핵시설 공격 금지’를 레드라인으로 설정했는데 네타냐후가 생각하는 레드라인은 핵시설 훨씬 너머에 있는 ‘이란 정권 붕괴’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까지 수 천발의 이란 미사일 공격을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미국의 방공 지원이 견뎌낼지 여부가 관건일 것입니다.


13일(현지시간) 이란 공습 작전 개시 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GPO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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