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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 연합뉴스]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2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관세 관련 포고문의 부속서(Annex)를 고쳐 오는 23일부터 냉장고·세탁기 등 7개 품목에도 50% 관세를 적용하기로 한 것은 반도체 등 다른 품목관세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자동차 부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부속서에 ‘파생제품’(Derivative Products)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부속서는 미 상무부가 수정해 고시할 수 있다.
자국 산업계의 민원이나 교역 상대국의 행태에 따라 관세의 범위를 ‘엿가락’처럼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현행 25%에서 추가로 올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범위와 폭이 ‘예측불허’ 상태로 빠지면서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하는 세계 각국도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12일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하면서 관세 대상에 파생제품을 포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발표 당시 파생제품 수는 철강과 알루미늄을 합쳐 172개였으나 상무부는 이후 목록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철강 관련 파생제품 목록에는 자동차 부품도 들어가있다.
이에 자동차·자동차 부품에 대한 품목관세와 철강 파생제품 관세가 중복되는 문제가 생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 부품은 자동차·차부품 품목관세만 우선 적용하는 것으로 정리했던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부 정리도 해놓지 않고 발표부터 먼저하면서 충돌이 생겼던 셈이다.
상무부는 지난달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에 추가할 제품에 대해 각계 요청을 접수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이후 미국 철강 기업들은 가전제품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에도 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이에 냉장고나 세탁기 등 가전제품도 파생제품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이미 제기됐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같은 세부 사항이 대통령이 별도의 포고문에 서명할 필요 없이 상무부의 결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공공연히 예고해온 반도체·스마트폰에 대한 품목관세 역시 철강관세처럼 ‘엿가락’처럼 파생제품이 규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도체 자체 뿐 아니라 반도체가 들어가는 모든 제품에 해당 가치만큼 관세를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은 물론, TV 등 웬만한 전자제품에는 모두 반도체가 탑재되고 있다.
상무부가 파생제품의 범위를 더 광범위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는 7월 9일까지 유예된 상호관세 역시 교역 상대국의 관세율을 부속서에서 규정하고 있다.
지난 4월 상호관세 발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관세율과 부속서상의 관세율이 달라 혼란이 빚어지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만약 상호관세율이 유예가 끝난 뒤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교역 상대국과의 협상이나 무역 불균형 정도에 따라 관세율이 수시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품목관세의 세율을 임의로 조정하는 불확실성도 상당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법안 서명식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더 올릴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머지않은 미래”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관세가) 더 높을수록 그들(외국 자동차 메이커 등)이 이곳에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이미 25% 자동차 관세가 부과되는 상황에서 관세율이 추가로 인상되면 자동차·부품 기업들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자동차 부품 관세 역시 같은 세율로 인상될 수 있다.
특히 자동차 관세를 중심 의제로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중인 한국과 일본 등 주요국은 관세율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한다고 돌연 선언하면서 세계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바 있다.
지난 3월 12일 세율 25%로 시작된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이달 4일부터 세율 50%가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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