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았으니 식혀줘야지”...‘140조’ 이 시장 뛰어든 삼성·LG 핵심 전략은?

[사진출처 = 연합뉴스]
14일 삼성전자가 2조4000억원이란 ‘조(兆)단위’ 인수가도 불사하며 선택한 기업은 다름 아닌 유럽 최대 공조기기업체였다.

가정용 상업 시설 뿐 아니라 대형 산업시설로 공조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다.

전장·오디오 자회사인 하만 인수 이후 약 8년만에 이뤄진 대규모 ‘빅딜’이다.


일찌감치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 등을 인수해 냉난방공조(HVAC) 시장에 뛰어든 LG전자 역시 글로벌 톱티어 도약을 위해 투자를 마다않고 있다.

빅테크와의 협력은 물론 글로벌 사우스 시장에서도 냉난방공조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들 기업이 냉난방공조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 따르면 냉난방공조 사업은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 등 AI 후방산업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며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여러 최신 고성능 컴퓨팅 기술이 집약된 시설이다.

때문에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전력 소모가 크고 각종 설비가 내뿜는 열이 상당해 열 관리(냉각)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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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따르면 공조 사업 중 공항,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은 2024년 610억달러(약 86조원)에서 2030년 990억달러(약 140조원)로 연평균 8% 성장이 전망된다.


이 중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주요 국가들의 친환경 에너지 규제 확대도 공조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탈탄소·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그린딜 정책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은 이 같은 정책에 발맞춰 에너지 효율이 높고,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는 냉난방공조 시스템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만 데이터센터, 대규모 주거 단지 등 대형 공조 사업의 경우 글로벌 공급 경험, 최적의 설계와 솔루션 제시 역량을 갖춰야 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기업간거래(B2B) 솔루션 제공 경험이 풍부하고, 시설 유지 보수를 위한 전문 기술 인력을 다수 보유한 독일 플랙트그룹(플랙트)을 전격 인수,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한다는 복안이다.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플랙트는 65개국의 가정, 사무실, 학교, 병원과 첨단 시설에 중앙 공조 제품 및 설루션을 공급해 7억유로 이상의 연 매출을 내는 글로벌 톱 티어 공조 업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성형 AI·로봇·자율주행·확장현실(XR) 등의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플랙트그룹(플랙트)를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다양한 공조 제품 설치와 유지관리 교육을 진행하는 글로벌 HVAC 아카데미 미국 보스턴 지사. [사진출처 = LG전자]
LG전자는 일찌감치 냉난방공조 사업에 공을 들여오고 있다.

지난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해 칠러 사업에 본격 뛰어든 LG전자는 이후 가정용 및 상업용 에어컨을 포함한 중앙공조식 칠러, 빌딩관리솔루션 등 풀 라인업을 확보하며 국내 최대 종합공조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LG전자 측은 “공조 시스템의 고효율의 비결은 핵심 부품 기술력인 ‘코어 테크’에 있다”며 “압축기와 모터 등 필수 부품을 자체 개발함으로써 최고 수준의 신뢰성과 효율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에는 글로벌 종합 공조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냉난방공조 사업을 기존 H&A사업본부에서 분리해 ES사업본부로 따로 신설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칠러를 비롯한 다양한 공간·기후 맞춤형 냉난방공조 솔루션으로 B2B 비즈니스를 가속하는 가운데,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사업장 등을 잇달아 찾아 냉난방공조 사업을 점검하는 등 글로벌 사우스 시장 내 사업 기회 발굴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 시장을 겨냥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앨라배마 헌츠빌에 신규 공조 생산시설을 구축해 지난해부터 냉난방공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노르웨이 오슬로에는 에어솔루션 연구소와 히트펌프 기술 컨소시엄을 각각 구축했다.


또 최근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의 회동에서 MS 데이터센터에 LG전자의 냉각 솔루션을 제공하기로 합의하는 등 빅테크와의 협력도 강화하는 중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ES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0% 늘어난 3조544억원, 영업이익은 21.2% 늘어난 4067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는 오는 2030년 전체 매출에서 B2B가 차지하는 비중을 45% 수준까지 높인다는 계획 달성에 ES사업본부가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 측은 “AI데이터센터의 열관리 솔루션인 칠러와 상업용 에어컨, 화석연료 보일러를 대체하는 히팅 솔루션 등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톱티어 종합 공조업체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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