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과일이라면 단 한 알이라도 찾아내기 위해 전국을 찾아다니는 게 제 일이에요. 하물며 국내에 없던 해외 과일을 처음으로 수확한 곳이라면 어떻게든 발굴해서 백화점 고객들에게 소개해야죠."
한국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수입에 의존하던 달콤한 해외 과일이 최근 속속 '국내산' 꼬리표를 달고 신세계백화점 진열대에 오르고 있다.

기후변화와 더불어 농업기술의 발전을 통해 한국 농가에서도 직접 동남아 파파야와 이탈리아 레몬을 구현하면서다.


이 같은 지방 농가의 숨은 혁신을 대중의 식탁 위로 전달하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공이 들어간다.

신세계백화점에서 2020년부터 5년간 채소·청과 바이어를 맡고 있는 김현섭 신선식품팀 MD는 최근 국산 파파야와 아말피 레몬을 백화점에 소개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신세계 강남점은 식품관에 식료품 전문관 '신세계 마켓'을 열고 충남 태안산 아말피 레몬과 경기도 포천산 파파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말피 레몬은 일반 레몬보다 크고 향이 진해 레몬 중에서도 최고급 품종으로 꼽힌다.

이탈리아 지중해 연안에서 주로 재배하는 특수 품종이다.

고급 레스토랑의 셰프들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기후와 토양이 맞지 않아 재배가 불가능해 미국 등지의 일반 레몬을 수입하고 있다.


김 MD는 지난해 '로컬이 신세계' 행사를 준비하면서 태안 아말피 레몬 농장의 존재를 알게 됐다.

어렵게 재배에 성공했지만 판로가 막힌 농가를 찾아가 신세계로의 고정 매입을 성사시켰다.

2023년부터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셀렉트팜' 제도를 활용했다.

농가와 직접 계약해 매년 고정적인 물량을 공수하고, 모든 유통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중간 도매상을 통해 구입하는 대신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해 어렵지만, 고품질 상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


태안의 아말피 레몬 농가는 약 200평의 작은 땅에서 150그루 안팎의 레몬 나무를 키우고 있다.

한 나무에서 10~15알만 나와 농가 전체 생산량이라고 해봐야 10~20㎏이 고작이다.

그럼에도 아말피 레몬의 존재는 레스토랑 셰프 등 소수의 전문가들에서만 알려져 판로가 마땅치 않았다.

신세계는 이를 전량 매입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1~2알씩만 구입하기 원하는 셰프들도 신세계에서 편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일은 신세계 강남점·본점·부산 센텀시티점·대구점과 SSG푸드마켓 도곡점 등 5곳에서만 판매 중이다.


경기도 포천에서 국내 최초로 재배에 성공한 파파야도 김 MD와 신선식품팀이 업계 유일하게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 같은 셀렉트팜 과일을 올여름 복숭아·자두를 시작으로 추석 성수기 사과·배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생산지와도 협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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