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기 구축함 조감도. (HD현대중공업 제공)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이 또다시 연기됐다.

수의계약을 강조한 방위사업청(방사청)의 행보에 정치권이 제동을 걸었다.

사실상 대선 이후에서나 상세설계 사업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해군 전력 강화를 위해 도입이 시급한 KDDX 사업이 미뤄지자, 업계선 주무기관인 방사청을 향한 비판의 여론이 나온다.

회사 간 갈등을 방치하고, 책임지지 않으려 결정을 미뤄왔다는 지적이다.

결국 대선을 앞두고 무리하게 결론을 내려다, 정치권 경고까지 받으며 사업 지연의 빌미를 제공했다.


방산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KDDX 사업자 선정을 연기했다.

본래 4월 24일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분과위)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안)’을 통과시킨 뒤, 30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 올려 사업자를 확정지을 계획이었다.

당시 방사청의 입장대로라면 수의계약이 유력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수의계약을 밀어붙이지 말라’라는 메시지를 내며 제동이 걸렸다.

업계선 사실상 대선 이후에서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내다본다.


KDDX 사업은 배 선체부터 전투 체계, 레이더 등 무장을 국내 기술로 만드는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한다.

사업비만 총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업은 총 개념설계 → 기본설계 →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 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뤄진다.

개념설계는 2012년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수주했고, 기본설계는 2020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KDDX는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번째 국산 이지스급 구축함 사업이다.

지난해 7월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업체를 선정해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었지만, 국내 특수선 분야의 양강 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법적 분쟁과 과열 경쟁 속에서 방사청이 오락가락 행정을 보이며 사업은 1년 이상 지연됐다.


방사청은 사업자 선정 과정서 업체 간 갈등에 휘둘리는 모습만 보였다.

방산물자 지정을 앞두고는 산업부에 책임을 떠넘겨 방산 업계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결국 산업부가 두 회사를 모두 방산 회사로 지정하자, 계속해서 사업자 선정을 연기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법적 분쟁까지 벌이는 등 갈등이 증폭되는 데도 제대로 중재하지 못했다.

이후 12월 3일 계엄 사태가 터진 뒤, 결정을 내리는 데 더 머뭇거렸다.


결정이 다가오자 무리하게 수의계약을 밀어붙이는 행보를 보였다.

민간위원 반대가 거세자 직접 설득에 나설 정도로 수의계약 방식을 강조했다.

만약 수의계약으로 사업 방향이 정해지면, 관례상 HD현대중공업이 사업자를 맡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분과위를 앞두고 민주당 진영에서 방사청을 향해 강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방부가 4월 내로 특정 업체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얘기가 들려온다”며 “국방부가 합리적 근거 없이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추진한다는 것은 방산 비리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 감사 청구 법적, 행정적 모든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치권 압박에 KDDX 사업자 선정은 분과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주무기관 결단이 필요할 땐 책임지지 않으려 방관하다가 사건을 키우더니, 정작 설득이 필요할 땐 방사청이 원하는 방식을 무리하게 추진하려 한 태도가 화를 키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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