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정 속 태어나서 그런가”…월드컵 베이비, 공부는 못해도 정서는 안정적이라는데

보험연구원 이색 분석
“예외적 집단경험서 특수성”
세분화된 보험 전략 필요성 제기

챗GPT가 그린 월드컵베이비. <챗GPT>
2002년 월드컵 직후 출생한 이른바 ‘월드컵 베이비’들이 학업 성취도는 평균보다 낮지만, 정서적 안정성은 오히려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5일 보험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3년 3~5월 사이 출생한 이들은 국어·수학·영어 등 주요 과목 성적이 또래 대비 8~1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서 지표는 긍정적이었다.

우울감 경험은 3.8%포인트, 자살 생각은 2.7%포인트, 자책감은 2.1%포인트 낮았고, 100명당 괴롭힘 발생은 8건, 학교폭력 피해는 6건 적었다.


이들의 부모는 평균보다 연령, 학력, 소득 수준이 모두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자녀에 대한 교육 기대나 투자 수준은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 평균 연령은 0.7세 높고, 가구소득은 512만원 많았으나, 사교육 시간은 주당 평균 30분 적었다.


연구원은 이는 2002년 월드컵이라는 예외적 집단경험 속에서 형성된 세대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당시 한국 사회는 4강 신화를 중심으로 전국적 거리응원과 사회적 해방감이 확산하며 사회 분위기에 큰 변화를 겪었다.

연구진은 특수한 시기의 분위기가 단기간 출산 증가로 이어졌고, 그 결과 자녀 한 명당 기대와 양육 자원이 분산되며 ‘학업 성과는 낮지만 정서적으로 안정된’ 세대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보험연구원은 이 같은 사례가 단순히 출산 시기의 우연한 결과를 넘어, 보험 전략 수립에도 시사점을 준다고 밝혔다.

출산 연도나 소득 수준 같은 정량 지표만으로 아동 리스크를 파악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으며, 부모의 출신동기나 양육 의지, 사회문화적 맥락 등 정성적 요인을 함께 고려하는 코호트(특정 시점에 같은 경험이나 특성을 공유하는 사람들 집단) 기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나 코로나 팬데믹처럼 사회적 충격을 겪은 시기의 출산 코호트와 비교해도 월드컵 베이비는 정서적 안정성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보험사와 건강보험공단은 정신건강과 가족관계를 중심으로 한 상품 개발과 서비스 설계에 있어 세대별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동일한 경제적 조건을 갖추고 있더라도 시대적 배경과 환경에 따라 아동·청소년이 경험하는 위험 수준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코호트 단위의 분석을 통해 보다 세분화된 보험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보험연구원은 “출산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경우, 이후 가정이 직면하는 재정적 불안정성과 양육 부담은 국가, 사회, 건강보험공단과 보험회사들이 사전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로 간주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출산 준비가 부족한 가정의 경우 의료비, 양육 환경, 심리적 부담 등 복합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신생아 돌봄, 재정 컨설팅 등의 다층적 지원체계와 관련 보험상품을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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