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마실 땐 1천원짜리, 여친과 데이트 땐 1만원짜리…극심해진 커피 양극화

극화하는 커피 소비 양극화 현상
가성비 커피 vs 고급스러운 커피
커피 마시는 상황·분위기 등 영향
사이에 낀 ‘중가 커피’ 브랜드 고전

지난 2월 10일 서울 종로구 문할로커피로스터리(MHCR)에서 임규훈 대표가 커피 로스팅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회사 출근 길엔 저렴한 커피를 포장해요, 잠 깨기 위해서죠. 주말 데이트할 땐 비싼 카페를 가요.” (30대 직장인 A씨)
직장인 A씨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꼭 ‘저가 커피’ 매장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포장해 간다.

아침에 정신을 깨기 위한 목적으로 마시는 커피를 굳이 비싸게 살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말에 여자친구와 데이트 할 때는 한 잔에 1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커피를 마신다.

아무래도 데이트 할 때는 분위기 좋고 맛 좋은 커피를 마시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커피 소비의 양극화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커피를 마시는 목적, 상황, 분위기 등에 따라 초저가를 택하거나 프리미엄을 택하는 선택지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사이에 낀 ‘중가 커피’ 브랜드들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바샤커피’ 홀리데이 기프트 팝업 전경. [사진 = 롯데백화점 제공]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 10일 본점에 모로코 헤리티지 커피 브랜드 ‘바샤커피’ 국내 2호 매장을 열었다.

작년 8월 처음 문을 연 ‘바샤커피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 이은 국내 두 번째 매장이다.


바샤커피는 테이크어웨이 커피 한 잔 가격이 1만1000원으로 일반 프랜차이즈 커피보다 2배 이상 비싸다.

비싼 가격 때문에 일상적으로 마시기는 어렵고 특별한 경우에만 찾는 프리미엄 커피라는 인식이 있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2023년 9월 바샤커피의 국내 프랜차이즈, 유통권 단독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1호점을 개점했다.


본점 3층에 위치한 바샤커피 2호 매장은 다양한 원두와 드립백, 커피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커피부티크’와 고객이 앉아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15석 규모의 ‘커피바’로 구성됐다.


본점 입점을 기념해 한라봉 크루아상, 블랙 펄 오페라 등 새로운 디저트 메뉴도 출시했다.

한라봉 크루아상은 국내 매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메뉴다.


롯데백화점이 바샤커피 매장을 추가로 개점한 것은 프리미엄 커피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고급스러운 커피를 즐기는 유행이 퍼지면서 이런 수요를 잡고자 바샤커피를 강화하는 것이다.


팀홀튼 서울 광화문 케이트윈타워점. [사진 = 팀홀튼 제공]
캐나다 프리미엄 커피 하우스 브랜드 팀홀튼 역시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팀홀튼은 최근에는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기 위해 가맹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2028년까지 매장 150개 이상을 열겠다는 목표로 가맹 사업에 나선 것이다.


팀홀튼은 지난 2023년 12월 국내에 첫 매장을 열었고, 이후 1년여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직영 매장 수를 16곳으로 늘렸다.

이달에는 새 매장 두 곳을 추가로 개점할 예정이다.


팀홀튼은 주요 상권에 플래그쉽 매장을 열어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커피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의 한 메가MGC커피 매장 앞. [사진 = 연합뉴스]
저가 커피 업체들도 앞다투어 점포 수를 늘리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저가 커피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 커피 브랜드 메가MGC커피는 저가 커피 브랜드 최초로 가맹점 3500호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15년 홍대에서 1호점을 개점한 후 11년 만에 이같은 성과를 낸 것이다.

메가MGC커피는 2020년 1000호점에 이어 2022년 2000호점, 2024년 3000호점을 돌파했다.


컴포즈커피 역시 현재 전국에 약 2700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저가 커피 브랜드 빽다방은 지난해 말 기준 1712개 점포를 운영 중으로, 직전 연도 대비 18.2%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2월 21일 저가 커피 판매점이 밀집한 서울 종로구의 한 상가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저가 커피 업체들의 성과도 개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가MGC커피의 지난해 매출은 4660억원, 영업이익은 1076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4.6%, 55.1% 증가했다.

컴포즈커피는 지난해 매출 897억원으로 전년 대비 1%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성장했다.


이처럼 커피 양극화가 두드러지면서 중가 커피 브랜드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프리미엄 커피’, ‘저가 커피’로 선택지가 굳어지면서 그 사이에 낀 브랜드들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를 마시는 상황과 목적에 따라 명확하게 소비 패턴이 굳어진 것 같다”면서 “엄청 비싸거나 저렴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그러다 보니 소위 중간에 낀 브랜드들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잃은 셈”이라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