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65세 정년 정착한 ‘초고령 사회’...‘70세 정년시대’ 준비한다는데

4월 1일부터 연금·고용·보육 등 개편 제도 시행
‘지속가능한 사회’ 기반 구축 가능할까

일본은 기업이 정년을 70세로 늘리거나 희망 근로자에게 계약직 재고용 등을 통해 70세까지 계속 고용을 보장하도록 노력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1일 새 회계연도가 시작된 ‘초고령 사회’의 대명사 일본에서 연금, 고용, 보육, 의료 등 전 분야에 걸친 제도 개편이 본격 시행됐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조치다.


초고령 사회란 고령화율(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사회를 말한다.

지난 200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2024년 9월 기준 고령화율이 29.3%를 기록했다.


한국 역시 지난 12월 고령화율이 20%를 기록하면서 본격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일본 기업들은 우선 개정된 ‘고령자 고용안정법’에 따라 만 65세까지의 고용을 의무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일본은 2006년 처음으로 만 65세까지 고용을 확보하도록 기업에 요구했지만, 당시에는 방식과 대상이 자율에 맡겨져 실효성에 한계가 있었다.

이후 2013년 법 개정을 통해, 근로자가 원할 경우 기업이 만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이 조치는 3년마다 한 살씩 수혜 연령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식으로 시행됐다.


그 결과, 현재 일본에서는 상시 근로자 21명 이상인 기업의 99.9%가 만 65세까지 고용을 완전히 보장하고 있다.

고령층이 노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7.3%에서 2024년에는 13.6%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연한 접근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일본은 약 19년에 걸쳐 ‘65세 정년제’를 정착시켰다.


후생노동성이 최근 발표한 ‘2024년 고령자 고용현황’에 따르면, 만 70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한 기업의 비율은 31.9%로 처음으로 30%를 돌파했다.

전년 대비 2.2%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고령 인력 활용에 대한 기업들의 의지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25.5%)보다 중소기업(32.4%)이 더 적극적으로 만 70세 고용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개정된 고령자 고용안정법은 만 70세까지의 고용을 기업의 ‘노력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연금 제도도 개편됐다.

4월 1일부터 공적연금 지급액이 전년 대비 1.9% 인상됐다.

일본의 연금은 물가와 명목 임금의 변동을 반영해 매년 조정된다.

다만, 올해 인상률은 실제 물가·임금 상승률에 못 미쳐 실질적인 연금 수령액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 분야에서는 만 75세 이상 고령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확대됐다.

기존에는 연간 연금소득이 211만 엔을 초과하는 고소득층만 대상이었으나, 올해부터는 연간 153만~211만 엔의 소득자도 보험료 인상 대상에 포함됐다.

또한, 개인당 보험료 상한액도 연간 73만 엔에서 80만 엔으로 인상돼, 평균적으로 1인당 연간 약 1,300엔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전망이다.


‘재직 노령연금’ 제도도 조정됐다.

이는 만 65세 이상자가 일정 소득을 넘길 경우 연금 일부를 감액하는 제도로, 올해부터 감액 기준이 월 50만 엔에서 51만 엔으로 상향 조정됐다.


고용보험 실업급여 제도 역시 개선됐다.

자발적 퇴직자의 경우 기존에는 실업급여를 받기까지 2개월간의 대기 기간이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이 기간이 1개월로 단축됐다.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개정된 ‘아동·양육지원법’도 시행에 들어갔다.

임신 인정을 받으면 5만 엔, 출산 후 자녀를 출생신고하면 자녀 1인당 5만 엔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가정을 위한 ‘출산 후 휴직 지원급여’도 신설됐다.

이는 부부가 모두 14일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최대 28일간 기존 육아휴직급여 외에 추가 지원을 통해 실질 소득 손실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이번 제도 개편은 일본 정부가 직면한 인구 구조 변화에 장기적·전방위적으로 대응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으며, 향후 지속 가능한 복지 시스템 구축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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