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연구개발(R&D)에 7조원 넘게 투자한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가 1조원가량의 투자세액공제액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으로 대표되는 한국 배터리 3사는 9400억원에 달하는 투자세액공제액을 돌려받지 못했다.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배터리 산업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 대기업 기준 시설 투자에 대해 15%, 연구개발에 대해 30% 안팎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하지만 세액공제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방식이어서 흑자 기업만 혜택을 본다.
문제는 전기차 시장 위축이 장기화하면서 배터리 3사 실적이 악화됐고, 이에 따라 미환급된 투자세액공제액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특히 이 공제는 국내 시설과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보조금 성격을 띠지만, 미국 정부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과는 별개로 적용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AMPC를 통해 1조4800억원을 지원받으며 57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배터리 사업에서 9046억원의 적자를 냈다.
결국 국내 투자분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은 받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국내 배터리 3사 모두가 동반 적자를 기록하며 업계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미환급된 투자세액공제액 대부분이 연구개발 투자에서 발생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연구개발에 1조2976억원을 투자했다.
2022년 1조764억원, 2023년 1조1364억원에 이어 3년 연속 투자 규모를 늘리며 3년간 총 3조5103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연구개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하며 지난해 1조882억원을 집행했다.
SK온은 매년 수천억 원을 투자했다.
배터리 3사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최근 3년간 7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세액공제 미환급액이 9400억원에 달하면서 업계에선 연구개발 지원책의 실
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직접 환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배터리 업체들은 국내 시설 투자보다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세액공제 비율이 크고 투자 규모도 방대한 만큼 연구개발 투자에서 발생하는 미환급 세액공제액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며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서 밀릴 경우 다시 따라잡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배터리 산업은 대규모 투자와 규모의 경제가 필수인 만큼 단기적 적자 여부를 떠나 장기적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위해 투자세액공제를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직접 환급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현재 제도하에서는 적자 기업이 투자세액공제를 활용할 수 없어 연구개발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조속히 직접 환급제를 도입해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동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