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 최악의 리더십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에서 '극한의 아부' 기술을 선보였음에도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해가지 못한 가운데 자민당 소속 초선 의원에게 상품권을 배포한 것이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을 일으키며 당내에서 퇴진 논의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14일 NHK 등 현지 언론은 이시바 총리의 '상품권 스캔들'을 집중해서 보도했다.
이는 지난 3일 이시바 총리가 집권 자민당 초선 중의원(하원) 의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기에 앞서 총리 비서가 이들 의원 사무소를 각각 방문해 기념품이라면서 백화점 봉투에 넣은 10만엔(약 100만원) 상당 상품권을 건넨 사건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상품권은 회식 선물 대신 준 것으로 의원의 가족을 위로하는 의미가 있다"며 "사비로 준비한 것이기 때문에 정치활동에 관한 기부가 아니고 정치자금 규정법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제 선거구에 사는 사람이 없어 공직선거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며 "많은 분께 여러 심려를 끼쳐 매우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초선 의원은 15명 안팎이다.
상품권을 받은 의원 전원은 이를 총리 사무소에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는 정치단체 간 금전 수수는 불법이 아니지만 개인이 정치가에게 금전 등을 기부하는 것은 금지되는 만큼 정치자금 규정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또한 전문가들은 상품권 액수가 통상적인 기념품 범위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위법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아부 외교'를 펼쳤음에도 관세 폭탄을 피하지 못하게 된 것도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일본이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알루미늄과 관련 파생 제품에도 12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인정됐던 '예외 조치'가 폐지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본 정계에서는 이시바 총리 퇴진론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오는 6월 도쿄도의회 선거, 7월 참의원(상원) 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현재 리더십으로는 승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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