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쩐의 전쟁’ MBK...홈플러스 자산4조 팔더니 기업회생, ‘황당’

알짜배기 점포 위주로 판 MBK
홈플러스 매출 급감하고 수익성은 악화
출구 전략 혈안에 경영 능력 의문 제기
홈플러스 이어 고려아연 노조도 고용 불안 호소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한 직원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국내 2위 대형마트 업체인 홈플러스가 자금난으로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자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을 놓고 기습적인 인수합병(M&A) 선언 이후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MBK가 자산 효율화를 앞세운 경영전략이 실제로는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 방식이란 평가마저 나온다.


MBK인수후 매출 급감·수익성 악화된 홈플러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사진출처 = 연합뉴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가 본격적으로 홈플러스를 경영하기 시작한 2016회계연도(2016년3월~2017년2월)부터 2023회계연도(2023년3월~2024년2월)까지 유형자산과 매각예정자산, 투자부동산을 처분해 확보한 현금은 총 4조113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처분액 기준으로 가장 많이 매각한 자산은 유형자산이다.

점포와 점포가 들어선 토지, 점포 내 영업기구 등을 매각해 MBK는 9년여간 3조4000억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장사를 잘하는 점포 위주로 팔다보니 홈플러스 매출은 급감했고, 수익성은 악화했다.


MBK가 인수한 당시 7조9334억원(2016회계연도·2016년 3월∼2017년 2월)에 달하던 매출액은 10년만에 6조9315억원(2023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으로 12.6% 줄어들었다.


2016회계연도 기준 3209억원(영업이익률 4.0%)에 이르던 영업이익 흑자도 급격히 빠지기 시작해 2021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에는 1335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이후 3년 연속 내리 적자를 기록했으며, 3개 회계연도 합산 영업손실액만 5931억원에 이르렀다.


특히 대규모 금융비용으로 영업외 분야에서 비용 부담이 해소되지 않았으며 최근 3개 회계연도 기간 부채비율은 663.9%, 944.0%, 3211.7%로 급등했다.

이는 신용평가사들이 등급하락을 결정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홈플러스 기업회생...MBK 경영능력 오점 되나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사진출처 = 연합뉴스]
그 동안 유통업계에서는 MBK가 회사의 실질적인 성장을 추구하기보다 인수 차입금을 갚고, 매각 처분하는 출구 전략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돼 왔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10년 사이 문을 닫은 점포는 14곳이며, 직원들은 노조 추산 6000명 넘게 줄었다.


MBK가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부터 점포 등 핵심 자산 쪼개 팔기와 구조조정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컸다.


이에 대해 김광일 당시 MBK 대표는 “홈플러스 직원들의 현재 고용 조건과 단체교섭 동의를 존중하며,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약속은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못한 셈이다.


고용 불안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MBK가 현재 뛰어든 고려아연 인수전에서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 노조는 “인력 감축과 투자 축소 후 회사의 단기적 가치만 높여 외국자본에 매각할 것”이라며 “노동자의 삶의 터전과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적대적 공개매수”라고 비판했다.


MBK가 기습적으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는 점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비판했던 이들 사이에선 MBK의 핵심 자산 쪼개 팔기와 기술 유출, 또 이로 인한 심각한 산업 경쟁력 훼손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BK의 경영 공식 중 하나가 ‘자산 효율화’인데, 업계에서는 이러한 공식이 과연 지속가능하면서 효과적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MBK의 경영 능력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MBK는 이에 대해 ‘선제적 기업회생 신청’이 한국에 잘 없는 이례적인 방식이라면서도, 홈플러스의 경우 오가는 돈의 단위가 크고,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어 협의에 매달리면 실기(失期)할 위험이 커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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