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무 다 처리해주니 좋아요”...3주 걸리던 작업 2일만에 해낸 AI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가보니
모바일 OLED 생산에 도입
AI로 제조공정 혁신 이뤄
단순업무 자동화로 효과
엔지니어, 솔루션에 집중

“인공지능(AI) 도입 전에는 오전 내내 데이터 분석에 매달렸는데, 이제는 출근하면 AI가 만들어놓은 리포트를 보면 됩니다.


지난달 26일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에서 만난 엔지니어 3명은 “엔지니어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며 입을 모아 말했다.

축구장 240개 면적(약 178만㎡)의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은 한국에서 가장 넓은 단일 건축물인 P8 공장을 비롯한 생산기지와 사무동, 연구개발(R&D)동으로 구성됐다.


초대형 TV, 모니터, 태블릿, 스마트폰 등 OLED 패널을 R&D하고 생산하는 이곳에도 AI가 깊숙이 자리 잡았다.

LG디스플레이는 모바일 OLED 생산 체계에 AI를 우선 도입해 3주 걸리던 작업을 이틀로 줄일 정도로 효율성을 대폭 향상하며 공정 첨단화에 앞장서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자체 개발한 AI를 활용해 OLED 제조 공정을 혁신하고 있다.

기존에 엔지니어 경험과 역량에 의존하던 공정 관리와 문제 해결을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하면서 생산 효율성과 품질을 대폭 높이고 있다.


이물 관리와 공정 최적화 업무를 담당하는 김용남 엔지니어는 “AI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불량 분석과 원인 파악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며 “과거엔 공정 내 이상이 발생하면 담당 엔지니어가 모든 데이터를 직접 조회하고 분석했지만, 이제는 AI가 자동으로 분석해주고 조치를 제안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제조는 미터 단위의 대형 원장 유리 위에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회로와 발광층을 정밀하게 형성하는 복잡한 공정을 요구한다.

특히 OLED 패널 생산은 140개 이상의 세부 공정을 거쳐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정도로 복잡하다.

공정 조건과 설비 상태가 품질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기존에는 엔지니어들이 수동으로 조정하며 최적의 솔루션을 찾았다.


하지만 ‘AI 생산 체계’를 도입하면서 달라졌다.

AI가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최적의 제조 조건을 자동으로 설정해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식이다.

품질 이상 발생 시 즉각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품질 이상 분석과 개선에 드는 기간이 기존 평균 3주에서 2일로 단축됐다.

연간 2000억원에 달하는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AI가 공정을 최적화하면서 엔지니어들은 더 고차원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품질 관리에 들던 시간이 줄고 AI가 실시간으로 불량 원인을 분석해 엔지니어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면서 공정 개선 속도도 빨라졌다.


수율 향상과 공정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김종부 엔지니어는 “과거에는 공정별 문제를 개별 부서가 따로 분석해 원인을 찾았지만 AI 도입 후에는 여러 공정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더 정밀한 진단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불량이 발생하면 관련 공정을 자동으로 연계 분석하고, 예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제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부연했다.


‘AI 생산 체계’ 개발에는 LG디스플레이 DX(디지털전환) 전문가 50여 명을 투입했다.

개발 초기에는 AI가 도메인 지식을 충분히 학습하지 않아 종종 현업 엔지니어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결과를 보이는 등 AI 성능에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AI가 수십 년 쌓아 온 엔지니어의 노하우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AI 반대파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도입 이후 OLED 공정에서 AI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기 시작하자 모두가 ‘열혈 팬’으로 바뀌었다.

엔지니어들은 AI로 아낀 시간만큼 OLED 제조, 생산 효율화 개선 방안 도출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수율 향상 업무를 맡고 있는 장원준 엔지니어는 “이제는 AI 없이는 공정 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AI가 기본적인 데이터 분석과 이상 감지를 담당하고, 엔지니어는 이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공정을 설계하고 개선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안으로 AI 생산 체계에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을 결합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AI 생산 체계에 엑사원이 더해지면 불량 원인과 조치 방법을 자연어로 엔지니어에게 안내하는 식으로 성능이 상당 부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AI가 스스로 생산성 향상 방안을 제안하고 간단한 조치는 자동으로 수행하는 자율 대응 체계까지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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