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통 구조조정 신호탄 소수 업체만 남고 다 엎어질 것"

◆ 흔들리는 K유통 ◆


창립 28주년,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를 바라보는 국내 유통 업계는 "홈플러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5중고에 시달리는 K유통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4일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업태별 소수만 남고 나머지는 사양화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했다.


유통 업계가 꼽는 K유통 5중고는 △이커머스 확산 △지속되는 내수 침체 △강성 노조로 인한 경직된 고용 환경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된 규제 족쇄로 요약된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회의적인 이유다.


우선 근거리 구매 형태가 확산하면서 대형마트 수요가 감소했다.

온라인 소비가 확대되면서 전통 유통업 경쟁력 약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5년간 전체 유통업에서 온라인 비중은 46.5%에서 50.6%로 증가한 반면, 대형마트는 17.9%에서 11.9%로 6%포인트 쪼그라들었다.


중국 이커머스를 비롯한 온라인 커머스 공습은 거침이 없다.

테무, 알리 등 저가 제품을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가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고, 국내 포털 1위 업체 네이버는 쇼핑 앱을 출시하며 온라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시장 환경도 좋지 않다.

고물가와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소비심리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존폐 위기감을 느끼는 국내 유통기업들이 파격 반값 할인전을 잇달아 열면서 매출 증대에 안간힘을 쓰지만, 반전을 꾀하기가 녹록지 않다.


강경한 노조로 인한 경직된 고용 환경 속에 최근에는 통상임금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판결까지 나와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

유통업 관계자는 "점포를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싶어도 강성 노조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고정비를 줄이고 싶지만 방도가 없다"며 "돈 벌기는 힘들어지는데 고정비는 계속 증가하니까 적자 부담이 가중된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도 유통기업에 악조건이다.

국내 유통기업들은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해 자금을 마련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상황이어서 자산 매각이 쉽지 않다.

홈플러스는 4조7000억원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비효율 점포를 꾸준히 매각해 점포는 140개에서 126개로 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부동산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3년째 지속되고 있는 대형마트 의무휴업도 유통기업에 '족쇄'다.

2012년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했지만, 현재는 대형마트가 오히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국내 유통기업들은 대내외 악재 속에서 일단 투자를 줄이고 있다.


롯데는 주요 사업부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신규 투자를 조이고 있다.

롯데 유통군은 최근 백화점, 마트·슈퍼, 이커머스 등 각 사업 부문 임원단에 올해 예정된 대규모 신규 투자를 신중히 검토하고 사업계획을 재조정하라고 지시했다.

반드시 필요한 투자라고 하더라도 롯데 유통군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진행하도록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전에 계열사 대표이사 전결로 처리할 수 있던 10억원 안팎의 투자도 반드시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치게 됐다"며 "기존에도 투심위는 운영됐지만 투자액 기준이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롯데백화점은 올해 잠실점을 리뉴얼하기로 했지만 11월에야 첫 삽을 뜰 예정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은 올해 잠실점 재단장에 돌입해 2027년 완공하고 국내 백화점 점포 최초로 매출 4조원을 돌파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예산 문제로 공사를 연기했다는 설명이다.

롯데백화점은 노원점 등 다른 점포의 예정된 리뉴얼 일정도 연기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모든 점포가 정상적으로 영업하며, 점포 수익성을 어떻게든 끌어올려 현금 창출 능력을 키우겠다는 각오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임직원과 주주 모두가 합심해 최대한 빨리 회생절차를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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