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아픈 손가락’인 홈플러스
5조원 대출 인수로 부담 누적에 유통 불황 ‘직격탄’
지난해 티몬 위메프 미정산 사태 이어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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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연합뉴스] |
갑작스럽게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된 홈플러스로 인해 유통식품업계가 뒤숭숭하다.
지난해 7월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에 이어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신청하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홈플러스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일부 납품회사에서는 납품 대금에 대한 채권 추심 절차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부터 대금 지급 원활치 않아”...수차례 인수합병 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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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사진출처 = 연합뉴스] |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부터 홈플러스는 협력사에 납품대금을 제 때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는 일부 납품업체에 한두 달 뒤 대금을 지급해주기로 하면서 정산 지연 이자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유통부문을 모태로 한 홈플러스는 30년 가까이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와 함께 국내 대형마트 시장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그 동안 재무 악화로 수차례 인수 합병을 거치는 등 굴곡의 시간을 거쳐왔다.
홈플러스는 1997년 9월 대구에 삼성홈플러스 1호점을 열며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곧바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닥쳤고,
삼성물산은 1999년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에 경영권과 함께 지분의 49%를 넘겼다.
이후 홈플러스는 합작법인 형태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2011년에는 테스코가
삼성물산이 보유하던 잔여 지분을 모두 매입하면서
삼성물산은 사실상 유통업에서 손을 뗐고, 홈플러스는 100% 테스코 자회사가 됐다.
하지만 테스코 체제의 홈플러스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모회사인 테스코가 2014년 분식회계 스캔들에 휘말리고 영업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결국 2015년 다시 매물로 나오는 처지가 됐다.
이 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곳이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이하 MBK). MBK는 2015년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캐나다공무원연금(PSP Investments), 테마섹(Temasek)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품었다.
MBK, 역시 무리한 인수였나...이자비용에 영업손실로 ‘설상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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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연합뉴스] |
홈플러스는 MBK로 넘어간 이후 재무적으로는 안정을 찾은 듯했지만, 상당한 부채 부담을 가진 상태에서 사업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유통업계에선 MBK가 과도한 차입에 의존해 고가에 홈플러스를 인수한 것이 홈플러스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많다.
MBK는 지난 2015년 9월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업계에서는 영업손실과 과중한 이자비용 등 재무 부담으로 홈플러스 유동성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2021년부터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연간 매출이 7조원을 넘지만, 2021년부터 영업손실을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홈플러스는 2021년(회계연도 기준)과 2022년, 2023년에 각각 1335억원과 2602억원, 19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은 2023년회계연도에만 5743억원이 발생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코로나19시기부터 쿠팡 등 이커머스의 약진으로 오프라인 대형마트 자체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자 홈플러스역시 실적 악순환을 경험해야만 했다.
법원, 회생절차 개시 결정...“5월께 자금 부족사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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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뉴스1] |
홈플러스 내부에서는 MBK가 각종 홈플러스 부동산을 팔아 인수차입금을 갚고,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입금 이자 비용으로 뽑아가면서 시설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BK가 채용도 대폭 줄여 경쟁력이 약화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MBK는 그동안 점포 20여개를 팔아 4조원가량 빚을 갚았다.
일부 점포는 매각 후 임대해 사용하기 때문에 임대비용이 계속 지출되는 구조다.
한국신용평가는 이와 관련 “점포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고 부족한 경상 현금흐름에 대응하는 외부 의존적 현금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금리와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자산매각 여건이 저하된 점도 부담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유통식품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성실 정산 노력을 하기 전에 금융채무 탕감과 조정을 위해 ‘선제로’ 회생을 신청했다는 점을 두고 대주주인 MBK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엿보인다.
한편,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는 이날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현재 대금결제 등과 관련한 문제는 없지만 지난달 28일 자로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돼 금융조달비용 상승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오는 5월께 자금 부족 사태가 예상된다고 법원은 설명했다.
회생절차 개시에 따른 채권자목록 제출기간은 오는 18일까지, 채권신고기간은 다음달 1일까지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오는 6월 3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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