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에 이어 신한·KB국민카드도 애플페이 도입이 임박하면서 카드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젊은 층의 애플 아이폰 이용률이 높은 상황에서 애플페이 도입 카드사로 젊은 층 고객이 옮겨갈 수 있어서다.
또 수수료율이 높은 애플페이 도입이 확산할수록 간편결제사들의 '수수료 무료 정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가맹점들 입장에서는 애플페이 결제를 위한 단말기 도입 비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늘어난 부담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어 애플페이 도입 확산에 '득'보다 '실'이 많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상위권 카드사인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애플페이 도입이 임박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카드는 최근 앱에서 애플페이 이용 안내 화면이 일시적으로 뜨고 약관이 유출되기도 했다.
KB국민카드도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도입을 준비하는 중이다.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에 나서는 것은 미래 고객인 젊은 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애플페이를 통해 아이폰 이용자들을 신규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카드업계는 2023년 애플페이를 가장 먼저 도입한 현대카드가 이를 활용해 젊은 고객을 많이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업계에서 당기순이익 기준 4위 수준인 현대카드의 신용카드 결제액만 포함된 신용판매액은 올해 1월 14조3171억원으로 8개 전업카드사 중 가장 많았다.
간편결제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2022년 일평균 7991억원 수준이던 간편결제 이용 금액은 지난해엔 9232억원으로 15%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젊은 층 유입 효과에도 불구하고 애플페이 도입이 카드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애플페이는 타 간편결제사와는 다르게 결제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카드업계에서는 애플페이 도입 시 매년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수수료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애플은 카드사로부터 결제액의 최대 0.15%를 수수료로 받는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중국(0.05%)의 3배 수준이다.
애플이 한국에서 '갑질'을 한다고 지적받는 이유다.
카드사 입장에선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지급결제 부문 수익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애플페이를 도입할 경우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혜택이 많은 이른바 '혜자 카드' 등을 줄이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수수료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무료'가 기본이던 간편결제 시장의 판도를 애플페이가 바꿀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 결제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페이는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고, 이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도 마찬가지다.
카드사들이 해외 기업인 애플에만 수수료를 지급하게 된다면 국내 간편결제사들도 불만을 느끼고 언제든 수수료 유료화에 나설 수 있다.
애플페이를 도입한 현대카드의 신용판매액 규모는 커졌지만 당기순이익은 크게 늘지 않았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2401억원 수준으로 신한(5527억원)·삼성(5315억원)·KB국민카드(3704억원)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애플페이를 카드사들이 도입하기 시작하면 삼성페이를 시작으로 다른 간편결제사들도 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애플페이 결제를 위한 단말기를 새로 도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 중 NFC 결제가 가능한 단말기를 보유한 곳은 10%뿐이다.
애플페이는 국제결제표준(EMV) 규격의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를 통해서만 결제가 가능하다.
[한상헌 기자 /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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