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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제2 LNG터미널에 고망간강 기술을 활용해 건설 중인 7호기 탱크 내부. 포스코 |
지난달 26일 전남 여수에서 광양을 잇는 이순신대교를 지나자 남해를 끼고 26만㎡(약 8만평)에 달하는 포스코의 '액화천연가스(LNG) 전초기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광양 LNG터미널 현장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피라미드처럼 우뚝 서 있는 아파트 19층 높이의 돔형 저장탱크 6기다.
저장탱크들은 천연가스를 영하 163도에서 액체 상태(LNG)로 보관했다가 파이프라인을 따라 기체로 전환시켜 제철소나 발전소로 운반하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LNG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가장 각광받는 에너지원이다.
각국이 미국발 통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겠다고 약속하는 등 LNG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포스코인터는 2026년까지 LNG 탱크 7·8호기 등 2기를 증설해 세계 11위 수준인 133만㎘의 LNG 저장능력을 갖춘다는 방침이다.
이는 전 국민이 4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난방용 가스 양이다.
이로써 포스코인터는 △가스전 LNG 시추·생산을 뜻하는 업스트림 △광양 터미널을 통해 LNG 저장·보관·유통하는 미드스트림 △LNG를 다시 가스로 전환해 소비하는 다운스트림 등 LNG 풀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된다.
포스코인터 광양 LNG터미널이 더욱 특별한 것은 저장탱크 5호기부터 합금강인 '고망간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혁신 제품인 고망간강은 이름 그대로 망간을 많이 넣은 철강 제품을 뜻한다.
극저온을 잘 견디면서도 인장강도가 높고 내마모성을 동시에 갖춘 특수한 합금강이다.
LNG터미널 인근에 있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3제강공장에서 철에 22.2∼25.5%의 망간을 첨가해 만들어졌다.
이는 니켈 9%가 함유된 기존 '니켈·알루미늄 합금강'과 성능이 같으면서도 가격은 30% 낮다.
김근홍 포스코인터 리더는 "저장탱크 구조를 설명할 때 전기밥솥에 많이 비유하는데, 콘크리트 껍데기는 바깥에 있고 안에는 실제 솥이 들어 있다"며 "액체 상태인 LNG를 담는 5·6호기 저장탱크 내부는 영하 196도의 극저온에서 견디는 고망간강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2008년부터 고망간강 개발에 착수했다.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는 중국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요가 급증하는 LNG를 운송할 혁신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고망간강 개발자인 이순기 포스코 수석연구원은 "2000년대 중반 포스코는 서방의 선두 주자들과 중국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낀 상황이었다"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회사들이 따라하지 못하는 혁신 제품을 개발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고망간강은 초대형 변압기와 자기부상열차에 쓰이고, 잠수함·함정·전차에 적용될 수도 있다.
포스코그룹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와 통상 압력에 따라 세계 LNG 시장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고망간강을 통해 세계 LNG 밸류체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광양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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