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종이 재활용 부문에서 선두에 서 있다.
3일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종이 재활용률(회수율)은 85.6%로, 미국(69%), 일본(81.6%)보다 훨씬 높다.
국민의 적극적인 분리수거 참여와 기업들의 재활용 노력이 맞물린 덕분이다.
어린이집에서 수거한 우유팩을 재활용해 고급 인쇄용지 'Hi-Q 밀키매트'를 생산하는
한솔제지가 대표적이다.
LG생활건강 브랜드 '비욘드'는 '프로페셔널 디펜스 샴푸' 리필 용기에 재생용지인 '크라프트지'를 썼다.
다만 종이 재활용 품질을 높이는 게 향후 과제로 꼽힌다.
한국의 종이 회수율은 일본보다 높지만 시장에서는 일본산 폐지가 훨씬 비싼 값에 팔린다.
골판지·신문지·잡지·우유팩 등을 구분해 배출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고품질 폐지와 저품질 폐지가 뒤섞여 배출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폐지 수출업을 하고 있는 이명호 리니어코퍼레이션 대표는 "골판지는 골판지끼리 모아야 다시 고품질 골판지로 만들 수 있는데 한국은 온갖 폐지가 뒤섞여 온다"며 "종이 자체의 질은 한국과 일본이 큰 차이가 없는데 체계적으로 수거가 안 돼 한국산 폐지가 저평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진적 폐지 유통구조도 문제다.
대부분 폐지는 실제 수거하는 고물상에서 시작해 부피를 줄이는 압축상을 거쳐 제지회사로 전달된다.
이때 압축상에 폐지가 전달되기까지 많게는 3곳의 고물상이 관여한다.
이 과정에서 폐지 품질이 급속도로 악화한다.
일본은 고물상이 없고 지방자치단체나 압축상이 직접 수거해 고품질 폐지가 제지회사로 전달된다.
폐지의 순도가 95% 아래로 떨어지면 제지회사가 아예 받지를 않는다.
이태주 국민대 임산생명공학과 교수는 "종이 회수율만 높은 것보다 종이 분리배출, 재활용 수거 등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며 "종이자원 회수와 분류 체계, 유통 과정에서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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