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한 백화점에서 이색 체험형 전시가 열렸다.

다양한 전시물이 모두 '종이'로 만들어졌다.

아이들은 종이 퍼팅 매트에서 골프를 치고, 종이로 만든 캐릭터 등신대 앞에서 사진을 찍었으며, 종이 의자에서 쉬며 전시를 즐겼다.

구조물은 모두 단단한 허니콤보드 종이로 제작돼 튼튼하면서도 가벼웠다.

전시가 끝난 뒤에는 모두 수거돼 80% 이상 재활용됐다.

박대희 페이퍼팝 대표는 "설치와 철거가 간편하고 분리배출하기도 쉬워 팝업스토어 현장에서 플라스틱 대신 종이가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책임·투명경영(ESG) 시대에 종이가 '모든 것의 재료'로 부상하고 있다.

쉽게 썩는 생분해성을 무기로 산업 현장에서 비닐·플라스틱·스티로폼 등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3일 제지 업계에 따르면 비닐이 썩는 데 최대 1000년, 알루미늄은 200년,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은 각각 500년이 걸리지만 자연환경에서 종이는 2~5개월 만에 분해된다.

재활용률도 다른 재료보다 우수하다.


한솔제지가 만든 종이 기반 포장재 '프로테고'는 무인양품의 리필형 생활용품 포장재, 롯데웰푸드의 디저트 브랜드 '조이' 제품 포장재, 엔코스의 마스크팩 포장재 등에 활용되고 있다.

특수 표면처리 기술로 공기·수분·냄새 등을 차단해 내용물 변질을 방지하고, 보존 기한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

서동준 한솔제지 중앙연구소장은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포장재를 대체할 수 있다"며 "기존 제품 대비 탄소배출량을 39% 저감하는 친환경성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태림포장은 스티로폼을 대체할 수 있는 고성능 친환경 보랭상자 '테코 박스'를 개발했다.

100% 재활용이 가능한 골판지 소재로 제작돼 친환경성이 뛰어나면서도, 기존 스티로폼 상자 대비 보랭성이 98%에 달한다.

태림포장이 냉장육 보관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테코 박스는 섭씨 10도 이하를 유지한 시간이 21시간으로 같은 조건에서 스티로폼 상자가 기록한 21시간20분과 큰 차이가 없었다.


태림포장은 골판지 드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드론기업 아쎄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골판지를 활용한 군용·산업용 드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골판지 드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처음 등장했는데 저렴한 가격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레이더 탐지도 회피할 수 있다.

한국군도 올해 골판지 드론을 100여 대 납품받아 시범 운용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펄프를 자체 생산하는 무림은 펄프에서 나오는 신소재 '나노셀룰로오스'에 주목하고 있다.

나무 조직 내 섬유소를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로 쪼갠 물질로 무게가 철의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5배에 달한다.

생분해가 가능하고, 열 안정성과 성형성 등이 뛰어나 철과 플라스틱 대체재로 각광받고 있다.

무림은 나노셀룰로오스로 자동차 내장재, 내열·단열성 향상 폴리우레탄폼 등을 개발했다.

자동차 내장재는 현재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 자동차에 쓰이고 있다.

무림은 미용용품, 의료용품, 스포츠용품, 페인트 등에도 나노셀룰로오스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서정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