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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왼쪽)과 브라이언 글렌 기자. [사진 = AF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적대적인 어투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을 지적했던 기자가 친트럼프 성향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의 남자친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해당 기자가 보수성향 방송인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브라이언 글렌(56)이었다고 보도했다.
글렌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류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백악관 취재시스템 변경 과정에서 새로 출입 허가를 받은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대표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정상회담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았나요? 백악관을 찾으면서 정장을 입기를 거부했군요. 정장이 있기는 한가요?”라고 조롱하는 듯한 투로 질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질문에 “이 전쟁이 끝나면 정장을 입겠다.
아마 당신과 같은 것이나 더 좋은 것, 혹은 더 저렴한 것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줄곧 어두운 카키색의 군복 스타일의 복장을 고수해왔지만, 이날은 우크라이나의 상징인 삼지창이 왼쪽 가슴에 새겨진 검정 긴팔 셔츠에 검정색 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평소보다는 다소 격식을 차린 듯한 옷차림이었지만 정장은 아니었다.
텔레그래프는 글렌의 이날 발언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모욕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 화제를 모으기 위한 계획된 공격이었고, 극우 매체들도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극우 논평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했던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나 어울릴법한 마피아 스타일의 대사를 놓치지 않고 젤렌스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관련 영상이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는 것이다.
글렌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이 “우리나라와 대통령뿐 아니라 미국 시민에 대한 내면의 무례함을 보여준다”고도 주장했다.
그의 여자친구이자 극우 성향의 그린 의원도 남자친구의 질문에 박수를 보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젤렌스키가 우리 대통령에게 돈을 구걸하러 올 때조차 정장을 입지 않을 정도로 무례했다고 지적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도착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오늘 완전히 차려입었네”라고 말한 것도 그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에 대해 이미 짜증이 났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텔레그래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다른 정상들을 만날 때도 군복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는 전쟁 중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세계 2차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도 했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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