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우크라 노딜 충격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침략 전쟁의 피해국인 우크라이나에 영토 일부를 포기하고 미국에 광물 개발권 일부를 넘길 것을 종용하다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강하게 충돌했다.
미국의 행보가 약육강식의 냉혹한 국제 질서를 예고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이 같은 '트럼프 스톰'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도록 다양한 대응 외교를 펼치고 있다.
살얼음판 같은 국제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도 시급히 리더십 공백을 극복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외교 전략은 철저히 계산된 '아부형'으로 요약된다.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면서 미국에 바짝 엎드려 실익을 극대화하는 접근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달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립서비스를 펼쳤다.
작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총격으로 귀를 다쳤을 때 찍힌 사진을 언급하며 "역사에 남을 한 장"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황금 사무라이 투구도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념적으로 동조하는 우파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추종형' 외교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스라엘·이탈리아·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이다.
힘에 의한 질서와 국가 중흥, 자본주의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4일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이제껏 백악관에서 마주한 가장 좋은 친구"라며 한껏 친밀감을 과시했다.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1월 20일 유럽 지도자 가운데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은 지난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기 기념 방식을 논의하기 위해 전화 통화를 했지만 멜로니 총리는 불참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부르는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흔들리자, 멜로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통화에 불참했다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에서 강력한 시장주의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백악관 약식회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계획에 지지를 표명했다.
아르헨티나는 그간 이어진 '친트럼프 행보'에도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피해 가지 못했지만 자국에 불리한 관세 정책에도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 셈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선도국으로서 미국과 대등한 관계임을 강조하는 '밀당형'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엄포한 대로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유럽연합 차원의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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