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학생 납치해 손가락 절단…필리핀서 도박장 폐쇄로 수입 끊긴 中조직이 벌인 짓

필리핀 정부가 마닐라 인근 온라인 도박·사기 작업장을 급습해 발견한 수십 개의 SIM카드 [사진 = 필리핀 대통령 조직범죄방지위원회]
필리핀에서 중국계 범죄 조직이 몸값을 받아내기 위해 하교 중이던 10대 소년을 납치하고 손가락을 자르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필리핀 정부가 중국계 범죄조직이 운영하던 온라인 도박장을 폐쇄하자, 수익 통로가 막힌 이들이 납치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AP·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0일 마닐라 국제학교에서 하교하던 14세 중국인 소년이 실종됐다.

당시 소년을 태우고 가던 운전기사도 함께 사라졌는데, 이후 운전기사는 마닐라 인근에 방치된 다른 차량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


납치범들은 소년의 가족에게 2000만 달러(약 289억원)의 몸값을 요구했다.

그러나 소년의 부모가 거절하자 몸값을 100만달러(약 14억원)로 낮추고 소년의 오른쪽 새끼손가락 일부를 자르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은 뒤 소년의 부모에게 보내며 협박했다.


납치범과 부모는 중국 메신저앱 위챗을 통해 소통했다.

그러다 경찰이 휴대전화 신호를 추적해 접근하는 것을 눈치 챈 납치범들은 소년을 마닐라 길거리에 버려두고 달아났다.


후아니토 빅터 레물라 내무부 장관은 최근 납치돼 손가락 일부가 잘린 중국인 10대 소년이 지난 25일 오후 마닐라 시내에서 구조됐다고 밝혔다.


레물라 장관은 납치범 두목과 피해자 가족이 필리핀 정부에 의해 폐쇄된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 운영자였다고 말했다.


필리핀역외게임사업자(POGO)로 불리는 필리핀 내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은 한때 번성했지만, 온라인 사기·인신매매 등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지난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모든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을 연말까지 폐쇄하도록 지시, 수많은 업장이 문을 닫았다.


AFP는 올해 들어서만 필리핀 거주 중국인과 관련된 다른 납치 사건이 최소 2건 있다고 전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