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캡 대표가 서울리빙디자인페어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콘퍼런스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사진은 파리 본사의 사무실에서 작업할 당시 모습.


"사람은 맥락적이고 문화적인 경험을 원합니다.

사람과 맥락, 시간 이런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에 디자인의 미래가 있습니다.

"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의 전 세계 매장을 1976년부터 50년째 도맡아 온 프랑스 건축·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RDAI의 줄리아 캡 대표는 인테리어 디자인 철학을 이같이 요약했다.

디자인하우스와 MBN 공동 주최로 26~28일 열리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의 부대행사인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콘퍼런스' 강연차 방한한 캡 대표를 지난 24일 인터뷰했다.


고가의 명품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시대에 리테일 환경은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가 됐다.

그 핵심에 고객 경험이 있다.


캡 대표는 최근 작업한 에르메스 뉴욕 매디슨점과 오스트리아 빈점을 예로 들며 "부티크 매장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카페·도서관·살롱·정원을 상상하며 작업했다"며 "점점 더 리테일 매장 느낌이 사라지는 것이 진정 새로운 발전이라 본다"고 밝혔다.


특히 에르메스 매장은 지역의 특수성을 살리면서 독특한 장인정신과 인간적 미학을 디자인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해당 지역의 특색을 꼼꼼히 살피고, 그 장소를 온전히 느끼는 것에서 출발한다.

공간을 스케치하고, 그곳과 관련된 이미지·영상·텍스트 같은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며 영감을 얻는다.


캡 대표는 "에르메스 매장은 공간 비율, 균형, 자연광, 색채의 조화, 자재의 질, 편안함 등 모든 요소가 결합돼 고객 경험에 크게 기여한다"며 "RDAI 창업자 르나 뒤마의 유산을 계승해 형식에 대한 엄격한 이해, 기하학적 정밀, 소재와 관련된 전문 지식, 자연광의 적절한 활용을 실천한다"고 설명했다.


지역에 따라 자재와 마감재가 달라지는 것은 기본이다.

에르메스 홍콩 프린스점은 중국 고유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하기 위해 실내 바닥과 계단 등에 실제 대나무를 썼다.


캡 대표는 현재 서울 강남에 위치한 '메종 에르메스 도산'의 리노베이션도 맡고 있다.

그는 "이곳을 처음 개장할 땐 가문이 여러 대에 걸쳐 공유하는 한옥의 마당에서 영감을 얻었다면, 이번엔 한국적 소재와 공예 기법을 다양하게 확인해 반영할 것"이라며 "도자기와 대나무 직조, 자개장, 옻칠, 조각보 같은 전통 요소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한나 선임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