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이 브랜드 경험의 완성…에르메스 매장만 50년째 맡는 비결

세계적 인테리어기업 佛 RDAI
줄리아 캡 대표(CEO) 인터뷰

지역적 특수성 살릴 소재 연구
뉴욕·빈 등 에르메스매장 완성
카페·도서관·정원 같은 상점으로

한국도 고유 전통·역사 맥락 연구

줄리아 캡 RDAI 대표
“사람들은 맥락적이고 문화적인 경험을 원합니다.

사람과 맥락, 시간 이런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에서 디자인의 미래가 가능합니다.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의 전 세계 매장을 50년 가까이 도맡아 온 프랑스 건축·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RDAI의 줄리아 캡 대표는 실내 건축 디자인 철학을 이같이 요약했다.

디자인하우스와 MBN이 공동 주최하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연계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콘퍼런스에서 26일 강연차 방한한 캡 대표를 사전에 인터뷰했다.

1998년부터 RDAI에 합류해 사세를 키운 인물이다.


실제 명품도 집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시대에 리테일 환경은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관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가 됐다.

그 핵심에 고객 경험이 있다.


캡 대표는 최근 디자인한 에르메스 플래그십 매장, 뉴욕 매디슨과 비엔나 사례를 들어 “가방이나 신발을 사는 부티크 매장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단순 상점이 아니라 카페, 도서관, 살롱, 정원을 상상하면서 작업했다”며 “점점 더 리테일 매장 느낌이 사라지는 것이 진정 새로운 발전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에르메스 매장의 경우 지역적 특수성을 살리면서 독특한 장인정신과 인간적 미학을 디자인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해당 지역 특색을 꼼꼼히 살피고 그 장소를 온전히 느끼는 것에서 출발한다.

공간을 스케치하고, 그 곳과 관련된 이미지, 영상, 텍스트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 영감을 찾는 방식이 나란히 진행된다.


캡 대표는 “에르메스 매장은 공간의 비율, 균형, 자연광, 색채의 조화, 재료의 품질, 편안함 등 모든 요소가 결합돼 고객 경험에 크게 기여한다”며 “RDAI 창업자 레나 뒤마의 유산을 계승해 엄격한 형식의 이해, 기하학적 정밀함, 소재에 대한 깊은 전문지식, 조명과 자연광 활용을 실행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따라 자재와 마감재가 달라지는 것은 기본이다.

더운 곳은 모자이크 바닥, 추운 지역은 목재나 카펫을 선호하고, 오래된 건물인지 신축건물에 들어서는 지에 따라서 또 달라진다.

하지만 에르메스 로고가 새겨진 정문이나 벽, 문 등에 반복되는 구불구불한 그리스식 패턴 등 상징적 요소를 살려 고객들이 브랜드를 인지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신경쓴다.

에르메스 홍콩 프린스점에 중국 고유 문화와 정서를 반영하기 위해 대나무 비계 구조에서 영감을 얻었고 외관에는 사용하지 못했지만 실내 바닥과 계단, 난간 등에 실제 대나무를 쓰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메종 에르메스 도산 리노베이션을 맡아 진행 중이다.

캡 대표는 “처음 개장 당시엔 한 가문이 여러 대에 걸쳐 공유하는 전통 한옥의 ‘마당’에서 영감을 얻었다면, 이번에는 한국적 소재와 공예 기법을 다양하게 확인해 반영할 것”이라며 “도자기와 대나무 직조, 자개 장, 전통 비단과 옻칠, 조각보 등 요소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RDAI는 매년 세계 각지에서 약 70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각 지역 문화적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소재를 신중하게 연구하고 선택할 필요성을 느껴서 전 세계 소재 공급업체와 현지 소싱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소재 큐레이터 부서를 2021년 신설했다.

이는 프로젝트마다 독특한 문화와 정신적 스토리를 더해준다.


실제 구현된 다양한 공간에서 부드럽고 비선형적(유기적)인 형태와 가구를 활용한 특징이 돋보인다.

이를 두고 캡 대표는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하학적 엄격함을 중시하면서도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우며 진정성 있는 요소와의 조화를 추구한다”면서 “한국에서도 충분히 타당한 접근 방식이고 다양한 맥락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RDAI는 에르메스 매장 외에도 1998년 프리츠커상을 받은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 스튜디오(RPBW)와 미국과 일본 등에서 협업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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